1학기 6주차 의역학 '12경맥' 발제 후기 > 화요 감이당 대중지성

화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화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화성.png

1학기 6주차 의역학 '12경맥' 발제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젊께 작성일15-04-03 00:27 조회2,826회 댓글0건

본문


오늘 일기예보에서는 오후부터 비가 많이 온다고 했는데, 날씨만 '보아서는'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다.

하늘은 맑았으며 햇살도 따뜻했고 벚나무에는 벚꽃이 맺혀 너무나 포근했으므로.

하지만 아침에 일을 나가는 길에 '느꼈던' 날씨는 나중에 비가 올 것을 미리 예고하고 있었다.

계절은 봄이니 木이겠지만 그 속에 흐르는 기운은 축축한 습토가 줄줄 흐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결국 하늘이 스스로를 쥐어 짜는 듯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농사의 성패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되던 옛날 민초들은 일기예보 없이도 비가 올 것을 귀신같이 알았을 것이다.

의역학 공부를 왜 하고 있겠는가. 잊어버린 우리의 예민한 감각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일테다.

예전에는 전혀 하지 않던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좀 어색하기는 하다. ^^;


맨 처음 나오는 제목이 '12경맥을 마주한 나의 고민' 인 것처럼,

제일 고민이었던 부분이 바로 경맥이 너무나 애매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몰라서 애매한 것인가, 아니면 이 이론 자체에 허점이 많아서 애매한 것인가?

'뭉친 근육이나 담 결린 어깨 푸는 것' 이상의 병으로 한의원에 가 본적이 없기도 했고,

해부를 했더니 경맥이 실제로 검증되었다! 와 같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옛날의 경험이 발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늘상 누르던 넷째 손가락 끝이

알고보니 수소양삼초경이며 그게 어떤 원리로 인체에 작용하는지, 그 연결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만약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도 경맥에 대한 불편함을 거두지 못하였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경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해금을 배웠던 기억이다.

사물놀이, 민요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정작 '국악의 본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나였다.

해금을 배우면서 필수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각종 정악곡들과 산조를 접하게 되면서,

그 수면제같은 곡들을 연습하면서 그대로 쓰러져 잔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

아주 국악과 담을 쌓고 지낸 환경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산조나 정악에는 무지했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단순히 접할 기회가 없는 것 뿐만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것들을 배척하고 있었던 원인이 컸다.

바로 '애매'하기 때문이었으므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애매한 것'만큼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또 없을 테니까.

그 혼란을 끌어안고 경험해 보느니 차라리 돌아서서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편하니까.

머리가 굳어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싶다 ^^

'넷째 손가락 끝'의 경험에서 나온 나의 호기심이기도 했고, 그 편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사실 원리에 대해서 설명할 능력이 안 되어서 그런 것도 있다. 할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기 ^^;)

즐거울 樂 위에 풀을 뜻하는 초두머리 艹만 올려주면 먹는 약, 藥 자가 된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결국 의학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병으로 끙끙 앓던 몸이 개운하게 나은 상태처럼 즐거운 순간이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공부는 즐거워야 잘 되고, 즐거움은 그 공부가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파악해야 찾아오겠지.

그럼 나는 왜 음악을 즐거워하지 못했을까... ^^; 올해 1년동안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겠다.


어제는 집에 돌아가던 길에 광화문에 잠시 들렀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작은 합창공연이 열리고, 유민아빠께서 이번 시행령의 부당성에 대해서 발언도 했다.

무지막지하게 부는 바람속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옆으로 차들만 쌩쌩 지나간다.

저기 왜 모여서 저러는지, 지나가면서 한 번씩 생각들 하시려나. 아니면 애매하니까 그냥 못 본체 하시려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