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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차 지성과 유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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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니 작성일22-06-14 16:46 조회855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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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 맹자, 주자, 양명, 장자, 열자... 

이름만 들어도 눈부신 성인들이지만 이름밖에 몰랐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이번 주는 이 어려운 성인들의 말씀들 중 한 부분을 골라서 내 이야기로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우리 금성 학인들은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춤을 추듯 칼끝만 대면 살점과 뼈가 가볍게 떨어져 나가는 소 도축 달인의 경지를 숨죽이며 들었고, 

공부를 일과에 넣다 보니 공부 빼고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반짝이더라는 득도의 경지도 공감하며 들었으며, 사랑 또는 효도의 이름으로 자신이 좋을 대로 일방적인 호의를 베푸는 것이 폭력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어요.

 

 한 학인이 애정결핍 문제를 얘기할 땐  '어머! 저거 내 이야기야.' 하면서 엉덩이를 들썩였는데 어떤 고전, 어떤 철학을 공부 해도 항상 자신의 결핍 문제로 귀결시킨다면 나 자신이 확장되지 않는다는 곰샘의 말씀에 저는 한 대 맞는 느낌이었어요. 공자야 말로 부모님이 다 일찍 돌아가셔서 애정결핍을 겪었다 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결핍을 극복해서 인을 세운 것이 아니라 감정에서 벗어나고서야 혈연 등의 경계를 벗어나는 인이라는 큰 공감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최근에 자영업을 하다 실패한 경험담을 주자어류를 읽다 꽂힌 부분과 엮어서 이야기하게 됐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치부를 드러내도 되나 싶어서 고민을 좀 했어요. 하지만 현재 내가 가장 아픈 부분이 내가 맞딱뜨려야 하는 부분이고 상처는 드러내야 나을 수 있겠다 싶어 그냥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는 객관적인 시선을 들을 수 있었는데, 자본주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내 욕망을 쫒느라 '현생의 몸'과 맞지도 않는 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평이였습니다. 오늘 나의 존재를, 나의 인식을 이야기로 드러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반응을 들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이 피드백을 통해 나는 이전의 나와는 어떻게든 달라지겠지요.

 

  말하기는 듣기였어요. 말로 드러내야 거울처럼 나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에 나가 이야기를 할 때는 학인들의 반응을 듣고, 마치고는 자리로 돌아와서 아쉬움과 시원함 등의 기분을 느끼며 곰샘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말하려고 앞에 나설 때마다 매번 떨리지만 알고보면 우리는 홀홀단신이 아닙니다. 한 이름하는 성인들이 백업이 되어주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금요 말하기 대중지성의 존립을 좌우하는 역사적인 첫 주자아닙니까~

 

  아 발표를 마치고 후기도 써서 그런가...역대급 매력남이라는 애태타는 떠오르지 않고 멀리 강원도 오지 양구까지 가서 장자를 읽고 명상을 하는 우리 학인과 막걸리 한잔 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ㅎ

 

 

댓글목록

이성근님의 댓글

이성근 작성일

후기도 정말 리얼하게 쓰셨네요^^ 혜란샘 발표때는 점점 귀가 귀울여지고 몰입이 되어서 참 즐겁습니다.
저도 제 치부를 들어내야겠다는 용기가 점점 생깁니다.
점점 이야기가 깊숙한 공감을 타고 오니, 우리 금성 학인 분들이 능력과 재주가 상당히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승화니님의 댓글

승화니 작성일

'어떤 고전, 어떤 철학을 공부 해도 항상 자신의 결핍 문제로 귀결시킨다면 나 자신이 확장되지 않는다는 곰샘의 말씀에 저는 한 대 맞는 느낌...' 전 여기서 두 대 맞았답니다. 말씀처럼 우리는 이렇게 준비하며 한 대 맞고, 발표하며 한 대 더 맞고 하면서 달라지는가 봅니다.~^^
후기 감사하며 막걸리 보단 동동주 어떨까요? ㅎ ㅎ

광명2님의 댓글

광명2 작성일

잘 들었습니다. 혜란쌤이 용기내주신 덕분에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현장감있는 후기 감사합니다.^^

공감님의 댓글

공감 작성일

혜란샘께서는 깊은 상처 하나를 왼쪽주머니에서 꺼내 학인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남에게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한 덩어리였겠죠? 그럼에도 함께 공부하는 금요지성(선생님들)으로부터 응원하는 마음을 탄탄히 메워 오른쪽 주머니에 채워놓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왼쪽주머니가 비어 있겠네요. 해매며 한정 없이 찾고 있는 것들을 감이당에서 공부하며 찾아 가길 바랄게요.

선생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말하기를 배우다 보니 다른 분들의 말하기에 귀기울여 지게 되더라구요. 준비한 말씀들이 가슴에 꽂히며 울컥 울컥 하기도 하네요. 신기^^ 다른 분들의 발표 내용까지 잘 녹여내신 후기 감사합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작성일

후기 잘 읽었어요. 지난 수업은 저에게도 많은 여운을 주는 수업 이었답니다. 한명 한명 각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내어놓고 그에대해 선생님의 평이 더해지니 뭔가 하나의 완성된 오페라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우리 각자 각자가 모두 주인공이 되구요. 그중 라니선생님의 이야기도 재미와 감동을 주었답니다. 선생님의 손과 발이 펴지고 자유로워 지길 기대해 봅니다~

여여한일상님의 댓글

여여한일상 작성일

눈부신 성인들의 말씀으로 지성이 깃든 이야기를 발표하는 그 어려운 걸 금성 학인들이 해냈다는 말에 저도 공감해요!
그 중 혜란샘은 숨 죽이며 듣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솜씨로 우리를 즐겁게 하고 놀라게 했지요.
곰샘이 해주시는 한 분 한 분에 대한 강평은 고전의 지혜를 어떻게 삶에 녹아들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통찰이 깃든 귀한 말씀이라 저도 감동하며 들었네요. 우리 삶과 밀착된 문제들에 대한 강평이라서 저도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느낌이예요.
깊게 감응하며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