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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궁금하다!] 앎을 알기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22-05-02 20:05
조회 : 128  
이윤하(남산강학원)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언어로 소통하고 자기의식이 있어서, 생각과 행위 사이에 스스로 간극을 만들면서 사는 존재. 인간이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다. 앎을 실행하는 것 그 자체로 간극 없는 삶을 만들어내는 동물과 다르게, 자연 속에서 인간은 어딘가 좀 특이한 길을 가고 있는 듯 보인다. 따라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인간에게 아주 적합한 방식으로 질문되어야 한다. 부처님이 가신 길이 오직 ‘인간’을 위한 깨달음의 길이었던 것처럼, 인간에게는 인간의 길이 필요하다. 

  칠레의 인지생물학자들인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앎의 나무-인간 인지능력의 생물학적 뿌리』에서 인간의 길을 말하기 위해 세포차원까지 내려간다. ‘인간’은 하나의 세포이자, 다세포 생물이자, 사회적 개체이자, 언어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도합 네 층짜리!) 그 층위들을 다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우리 자신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세상’이라는 것은 우리 바깥에 실체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뚜라나와 바렐라에 따르면) 우리가 네 가지 층위에서 ‘구성’하는 것 그 자체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이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알려고 해야 하고, 어떤 앎 위에서 살고자 할 것인가. ‘안다’는 것, 인식한다는 것은 인식자의 행위이고, 그 앎은 인식자의 구조에 달려있다. 

1. 생물, 개체의 탄생

원시지구의 바다 속에서 진행된 분자물질의 변화가 이 시점에 이르렀을 때, 아주 특별한 분자반응을 하는 체계가 생길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유기분자 영역 안에 다양성과 신축성이 생김에 따라, 자신을 이루는 분자들과 같은 부류의 분자들을 다시 생산하고 통합하는 분자반응들의 그물체(Netzwerk)가 생기게 되었다. 이 그물체는 자기를 실현하는 가운데 주위 공간에 대한 경계를 스스로 만든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생산하면서 자신의 경계도 결정하는 분자적 상호작용들의 그물이 바로 생물이다. (움베르또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앎의 나무』, 갈무리, p49)

34억여년 전, 원시지구의 분자 바다 속에서 자기생성체계가 생겨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체계는 무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생산하는 체계다. 어떻게 ‘자기’를 만드느냐 하면 외부와 내부를 구분 짓는 막(Membran) 만들기를 통해서다. 이 막은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구성하면서도, 외부와 내부를 소통시키는 역할도 한다. 우리는 분자들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생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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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억여년 전, 원시지구의 분자 바다 속에서 자기생성체계가 생겨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생물과 함께 우주에는 분자의 현상계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계, ‘생물학적 현상계’가 열리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생물이라는 개체의 구조가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현상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앞서 했던 ‘세상’이 인식자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자, 그럼 좀 더 복잡도를 높여보자.

  여기에서 2차 등급의 개체가 등장한다. 자기생성개체의 가장 기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서로 구조 접속해서 하나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메타세포체’라고 불리는 2차 등급의 개체는 인간을 비롯해 모든 다세포 생물을 포함한다. 서로 다른 체계를 가진 세포들은 만나서 ‘하나’로 뭉개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구조는 유지하며, 함께 하나의 현상계를 산출한다.

  3차 등급의 개체는 사회체다. 2차 등급의 개체들이 서로 구조접속을 하며, 영향을 주고받을 때 ‘사회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척추동물들 사이에는 유연한 3차 접속이 발달했는데, 메타세포체들 사이의 행동조정과 공생을 위한 노력들은 사회체가 발생하는 데에 기여한다.

2. 세상을 인식한다=세상을 산출한다=그것에 적응한다

개체는 인식자들이며 세계-산출자들이다. 마뚜라나와 바렐라는 인식을 이야기하면서 개체와 세계를 따로 나누는 유아론과 표상주의 인식론 양쪽을 다 피하고자 노력했다. 개인의 내면세계만 존재하며 나머지는 관념이라고 생각하는 유아론은 생물이 환경과의 접속하며 진화해온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신경계가 외부세계의 표상을 통해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표상주의는 실제 신경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으며, 생물의 ‘부분’인 신경을 컨트롤러로 보게 된다는 점에서 오류를 가지고 있다. 둘 다를 피하며 개체의 인식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작업상 독립적 체계인 유기체와 환경의 구조접속을 바탕으로 유기체가 환경 안에서 역동적 체계로 계속 존재하는 것에 주목할 때, 이런 존재의 기초는 유기체와 환경의 구조적 양립, 곧 우리가 적응(Anpassung)이라 부르는 것인 듯하다. 반면에 생물이 환경과 파괴적 상호작용을 주고받은 결과로 생물이 자기 생성개체로서 해체되는 것을 보면, 우리는 그 생물이 적응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떤 개체가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은 개체와 환경의 구조접속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같은 책, p120)

자기생성체계인 생물의 인식은 곧 ‘적응’이고 삶이다. 그것은 생존과 구조적 형태로 드러난다. 세계에 대한 어떤 해석, 곧 개체와 함께 산출되는 환경 위에서 개체는 어떤 행위를 필연적으로 일으키기 때문이다. 생물의 ‘앎’은 개체차원에서는 개체발생을, 종 차원에서는 ‘생식’이라는 또 다른 변수와 함께 계통발생을 이끈다. 생물은 스스로의 인식을 통해 개체차원에서, 종차원에서 계속해서 생산되며, 구조와 형태의 변화도 겪는다. 자, 그럼 인식을 이런 방식으로 생각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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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어떤 개체가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은 개체와 환경의 구조접속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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