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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전을 만나다]2장 동의보감, 청년의 오장육부를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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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06-19 18:50 조회2,1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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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동의보감, 청년의 오장육부를 진단하다 

– 2)간기울결: 억눌린 목기에서 소통하는 목기로!

수정(청스_의역학)

 

<안구건조증울게 하소서

간담을 얘기하는데 왜 뜬금없이 안구건조증이냐고? 동의보감은 눈의 정기가 간에 저장되어 있어 눈을 ‘간의 구멍’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눈에 생기는 질환은 간이 우리에게 보내는 SOS신호인 셈. 이 신호를 해독하기 위해서 일단 우리의 생활습관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하루 일과를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낸다. 아침이 되면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을 끄고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게임, 트위터, 카카오톡, 쇼핑앱을 넘나들며 시간을 보낸다. 아차, 자기 전에 불 끄고 봐야 제 맛인 인스타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지루할 틈 없는 컨텐츠의 향연!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 시간, 두 시간… 잠자는 시간이 뒤로 밀려나고 화면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까무룩 잠들고 일어나면 태양은 머리 꼭대기에 떠 있다. 처음엔 ‘좀 일찍 잤어야 하는데…’하고 후회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다시 낮밤이 뒤엉킨 날들을 반복한다. 그러는 동안 시력은 낮아질 대로 낮아지고 눈은 툭하면 뿌옇게 흐려진다.

미용렌즈 사용과 라식, 라섹 수술도 빈번해졌다. 청년들에게 컬러렌즈는 화장의 완성도를 더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또래 여자 아이돌이 컬러렌즈를 끼면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그 인기 때문에 렌즈에 아이돌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기도 한다. 그 때문일까? 여성들이 안경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드라마에 나오는 안경 쓴 여성 캐릭터들만 봐도 그렇다. 깐깐하거나, 덤벙대거나, 하나같이 매력이 없다. 혹 주연 캐릭터가 안경을 썼을 경우는 안경을 벗고 아름답게 변신하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한 장치로 쓰일 뿐이다. 그러니 연애가 일생의 과업과도 같은 청년들이 안경을 기피할 수밖에. 렌즈 끼는 것마저 귀찮아져 수술대에 오른 친구들도 처지는 다르지 않다. 다리를 얻고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처럼, 안경 없는 눈을 얻은 대신 눈물을 빼앗기고 만다. 이 두 가지 경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 청년들이 눈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재미가 있어야 ‘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깜빡임을 잊을 정도로 화면에 집중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볼 때 눈 깜빡임이 50%정도 줄어들어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게다가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느라 정신은 활발한데 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몸과 정신의 괴리가 커지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휴식, 즉 잠이다. 우리가 자는 동안 피는 간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간장혈(肝藏血)이라고 한다. 간장혈이 잘 되어야 다음날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자야 할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혈(血)이 상한다. 그렇게 되면 간의 건강도 덩달아 나빠지고, 다시 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렌즈나 시력보정 수술은 외모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심리와 관계가 있다. 청년들은 너무나 많은 시각적 컨텐츠들에 둘러싸여 있다. 심지어 SNS에서는 자신이 직접 컨텐츠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늘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청춘이 가진 목기(木氣)와 어울리지 않는다. 목기는 간, 담의 기운이다. 폭발적인 힘으로 꽁꽁 언 겨울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 그리고 전장에서 맹렬히 싸우는 장군의 용기로 비유된다. ‘간이 부었다’나 ‘담이 크다’같은 말처럼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힘이기도 하다. 최근 전개되는 탈코르셋(억압적인 꾸밈노동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은 이러한 청년의 모습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있는 그대로 당당한 나와 화장을 신경 쓰느라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나,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니 잃어버린 눈물을 되찾고 싶다면 두 가지를 명심하자.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 것! 그리고 청년의 목기(木氣)를 되찾을 것! 나중에는 울고 싶어도 울 눈물이 없을지도 모른다.

<분노조절장애&화병터트리거나 억누르거나

“화내는 게 어려워요.” 20대 친구들에게 ‘화를 잘 내는 편이냐’고 묻자 들은 한결같은 대답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관계가 깨질까봐 두려워서, 살면서 화를 내본 적이 없어서 등등. 그 중 한 친구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표현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렇듯 요즘 청년들이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감정과 자기표현을 억누르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동안 듣기 어려웠던 ‘화병’이라는 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화병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유독 10대와 20대 화병 환자의 증가율은 5년간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다른 한편 TV와 포털 사이트에서는 연일 분노조절장애와 관련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피씨방 알바가 라면을 가져다주지 않아서, 말투가 기분 나빠서와 같이 사소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기사를 찾아보던 중, 주변인들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평소 눈에 띠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순간 앞서 인터뷰한 청년들 생각이 났다. 분노조절장애는 그들처럼 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청년들은 왜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레 표현하지 못할까? 나는 그 이유를 SNS,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찾는다. 나도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했던 사람 중 하나였지만, 올라오는 게시물 중에서 슬프거나 화난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소셜네트워크는 모두가 접속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이용자들은 불특정 다수가 나를 지켜본다는 감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들은 거세해버리고 멋진 모습, 즐거운 경험만 전시해 놓는다. 문제는 실제 사람들과 마주할 때도 그런 패턴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 싸울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생긴다. 그런데 기쁨 외에 다른 감정을 꾹꾹 억누른 채 만나려하니 관계가 잘 될 리 없다. 문제가 생겨도 푸는 방법을 모르니 울분만 쌓인다. 그러다보면 소통을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인데 오히려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게 된다. 결국 사람들을 피해 고립되거나, 어느 날 ‘뻥’하고 폭발해 주변이 초토화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강렬한 분노의 감정은 간과 관련이 있다. 간 기운은 위로 치솟는 추동력인 목기(木氣)도 있지만 자유분방하고 활동적인 바람(風)의 기운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유로운 기운을 억누르게 되면 옆구리나 가슴이 뻐근하고 답답하게 되는 ‘간기울결’이 생긴다. 소통되지 않아 간의 기운이 막혔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쉽게 우울하고 슬퍼하거나, 정반대로 툭하면 화를 내게 된다. 이럴 때는 소설(疏泄)이라는 간의 기능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소설은 소통시키고 배설한다는 뜻이다. 강력한 목기로 음식을 소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혈액을 저장했다가 온 몸을 돌게 하고, 억눌린 감정을 풀어헤쳐 소통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의 힘처럼 고립을 끊고 막혀있던 감정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해야 한다. 화를 내보기도 하고, 울어보기도 하고, 때론 생각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말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동아리나 공동체 등 새로운 장(場)으로 나가 다양한 관계를 맺다 보면 얼마나 스스로를 억눌러왔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진짜 삶은 인스타그램에 박제된 웃음보다 훨씬 더 생동감 넘친다. 그러니 뭉친 기운을 풀어라. 그리고 기꺼이 접속하라!

<운동중독근육을 욕망하다

“오늘부터 제대로 살아봐야겠어!” 청년들이 이런 마음을 먹게 되면 일단 헬스장부터 등록한다. 군살 없는 매끈한 몸을 만들 수 있고, 또 열심히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1석 2조의 효과 때문에 헬스장은 자기관리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웬 헬스장이냐고? 동의보감은 간이 근육을 주관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는 근육을 제조(!)하는 헬스문화의 면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헬스족들에게는 몸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단백질 보충제다. 퍽퍽한 닭가슴살 보다는 우유에 타서 꿀꺽 마시면 되니 이보다 더 편한 것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 날부터 눈이 붓더니 그 다음엔 팔다리가 붓는다. 단백질을 과다하게 먹어 신장과 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단백질 파우더는 그래도 양반이다. 더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단다. 최근 피트니스 선수들이 약물로 몸을 키워왔다고 고백하는 일명 ‘약투’(미투 운동에 빗댄 말)가 화제였다. 그런데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트레이닝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이 약이 퍼져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스테로이드는 어마어마한 부작용이 있다. 투약한 곳의 피부가 괴사하거나 가슴이 커지는 여유증,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장애가 그것이다. 성적 매력을 찾으려다가 성적 기능마저 잃어버리게 되다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또 다른 방법은 PT, 퍼스널 트레이닝이다. 트레이너가 1:1로 코칭 해주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라도 할라치면 트레이너가 짜준 식단대로 먹어야 하는데 평범한 학생이나 직장인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가격은 또 어찌나 사악한지, 아는 친구가 월급의 1/3을 PT비용에 쓰는 걸 목격하고 경악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피티가 끝나고 나서다. 하나부터 열까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서 하다가 혼자 힘으로 하자니 쉽지 않다. 결국 PT를 계속 받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은 정력은 정력대로, 돈은 돈대로 드는 험난한 일이다.

그런데, 일단은 그토록 원하던 잘 짜여진 몸이 되었다고 치자. 그런 사람이 정말로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까? 원래 사람의 몸은 어느 정도 유연해야 소통이 원활하게 일어난다. 뻣뻣한 근육이 온 몸을 차지하면 혈액순환이 안 돼서 툭하면 삐지고 쪼잔해진다.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성격이 호쾌할 거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의외의 사실! 그래서 겉모습을 보고 다가갔던 사람들은 그들의 성격적 반전에 놀라고 만다. 하지만 관계에서 중요한 건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근육이 아닌 유연함이다. 간, 그리고 근육과 관련된 목기는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커다란 갑목(甲木)의 기운도 있지만 을목(乙木)같이 수평적으로 뻗어나가는 넝쿨식물의 기운도 존재한다. 넝쿨은 큰 바위가 있으면 둘러가고, 벽이 있으면 벽을 타고 간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며 자기의 고집만을 내세우지 않으니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가뜩이나 관계가 뻣뻣한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기운이 아닐까 싶다.

나도 한 때 헬스장에 다녔던 적이 있다. 그곳에는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연구실에 들어와 친구들과 산을 탔다. 왁자지껄, 사건은 왜이리 많이 생기는지. 그 때 느낀 생기발랄함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시대의 청년들은 누구보다 사람을 원하면서 굳이 혼자가 되려 한다. 외딴 세계에서 나와 을목의 유연함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 그것이 돈으로 근육을 교환하는 것보다 우리의 청년다움을 찾는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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