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성을 시작하기 전 갈등이 심했다. 지금까지 공부했던 방식으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무거워지고 견고해지는 자신을 확인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공부를 그만둬야 하나?’라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달라져야 한다.’ 라고 절실하게 매달리는 순간, 당시에 읽고 있던 『원각경』의 보살행이 다르게 다가왔다. ‘자리이타’, ‘나를 닦아서 남과 나누는 공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왜 나는 이제껏 나를 지키고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공부를 하고 있었던 걸까.’, ‘이제는 쌓아서 축적하고 증식하는 공부가 아닌 나누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 다른 길이 보였다. <문이정>이라는 공부공간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마음의 작용이다. 기존의 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길을 열어갈 때는 도반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인연조건 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해체되기도 한다. 그러니 관계 속에서만 나를 변형시켜나갈 수가 있다. 환 괘의 초육과 구이가 서로에게 건장한 말이 되어주기도 하고(用拯馬壯, 吉) 기대고 의지할 곳이 되어 주며(渙奔其机, 悔亡) 화합하는 것처럼. 환의 시기에는 다른 존재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