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록』은 콱 막혀있는 마음을 시원하게, 확 트이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아니 그렇게 시원하고 확 트인 마음이,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고 그른지 아는 명쾌한 마음, ‘양지’를 갖고 있다고. 그것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면 달려가 붙잡게 되는 것처럼, 배우지 않아도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우리 마음이 본래 그러하다면, 어째서 우리에게는 명쾌하지 않은 순간들이 종종 생기는 걸까? 양명에 따르면 그것은 양지가 ‘사심(私心)’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사로운 욕심에 본래의 마음이 가려져, 막상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정도의 큰일이 아니면 양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에 사심은 스스로에게 옳은 일을 하기보다 다른 것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이를테면 우물로 기어가고 있는 아이를 봤는데도, 신경 써주기가 번거로워서 못 본 척 딴 길로 피해 가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심을 쓰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 찜찜하고 떳떳하지 못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래도 되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질문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것이 양지가 보내는 사심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