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템빨’이라는 말이 있다. 육아용품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5분이 편안해진다. 아이는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새 장난감을 탐색하는 동안 엄마·아빠의 자유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났다. 그렇게 5분의 자유 시간을 얻기 위해 매일 밤 쇼핑몰을 찾아 헤맸다. 게다가 아이템이 ‘아이의 오감발달’에도 좋고, ‘친환경’이고, 거기에 가격까지 괜찮다면 대박이었다. 안 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천 기저귀를 드림 받아쓰고, 친환경 채소로 이유식을 만들고, 원목으로 된 장난감을 사주면서 뭔가 남다른 엄마가 된 것 같은 자부심이 있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괜찮은 엄마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맘 카페를 통해 고민을 나누고, 육아 동지도 만들며 힘을 많이 얻었다.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그런데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이 모든 걸 압도했다. 나중에는 물건만 남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사라지는 듯했다. ‘드림’, ‘핫딜’, ‘지역 중고 거래 앱’의 공통점은 앞서 말했듯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이다. 대부분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터라 하루 종일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나는 늘 항진된 상태로 지냈고, 내가 왜 우울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뭔가를 계속 클릭하고 결제하고 있지만, 몸은 점점 피곤해지고 마음은 헛헛했다. 당연히 통장 잔고도 야금야금 줄어갔다.
광고는 끊임없이 이걸 사면 육아 생활이 좀 더 편해지며 아이에게도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쌓여가는 장난감을 정리하느라 더 바빴고, 그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드림 받고, 핫딜로 사느라 내 체력이 더 소모되었다. 밀린 집안일에 남편과도 사이가 안 좋아지고 스마트폰을 하느라 아이와는 정작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다. 또 화학 흡수체가 없는 천 기저귀를 쓰고 자연의 순리대로 키운 채소로 이유식을 만들면 분명 아이의 건강에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천 기저귀를 써야 한다고 고집했더니 문제가 생겼다. 밤마다 기저귀를 개고, 빨래하느라 늦게 자는 날이 늘어났다. 다음날까지 피곤했고 아이의 작은 투정에도 화가 났다. 우울감이 올라오는 것도 여전했다. 오히려 상황이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엄마인 내게도 그렇지만 이게 진정 아이에게 좋은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아이와 엄마 모두를 위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