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렇지 『동의보감』에선 아예 자다가 코나 귀로도 들어갔다고 하니 헉! 소름이 돋는다. 그 시대엔 여름엔 거의 뱀과 함께 살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처방도 다양하다. 또 재미있다. 뱀 꼬리에 뜸을 떠준다니 뱀도 아뿔싸 놀라서 뒤로 쭉 미끄러져 빠졌을까?^^
돼지 피를 뱀이 들어간 귓구멍, 콧구멍에 넣어주는 이유는 뭘까? 돼지는 차가운 수(水)의 기운을 지닌다. 뱀은 겉은 차갑지만 속은 뜨거운 동물. 서로 상극으로 돼지가 이긴다. 수극화(水克火). 뱀이 우글거리는 섬에 돼지 열 마리를 풀었더니 뱀이 싹 없어졌다는 말도 있다. ‘뱀의 독니는 두꺼운 돼지의 피하지방층을 뚫지 못했고 그 독은 돼지의 지방에 중화되어 버렸’(전창성, 어윤형 지음, 『음양이 뭐지?』 세기, 87쪽)기 때문이다. 급하니까 돼지 꼬리를 잘라서 그 피를 구멍에 넣어 뱀을 무력하게 하고 독을 없앴던 게 아닐까?
뱀이 몸에 감겨버렸을 때는? 상황은 무시무시한데 의외로 처방이 간단하여 이 또한 재미있고 통쾌하다. 뜨거운 물 한 바가지 뿌려주는 정도. 뜨거운 물 데울 시간 없으니 오줌으로 대신하는 것 역시 얼마나 재치 있는가? 병이 있으면 바로 곁에 약이 있다더니 주변에 있는 것을 즉각 약으로 사용했던 우리 조상들의 민첩한 처방이 슬기롭다. 겉이 차가운 뱀의 성질엔 뜨거운 것으로 대응하고 속의 뜨거운 성질엔 차가운 돼지의 기운으로 대처한 이중의 전략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