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감이당 대중지성에서 함께 공부하는 벗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이 자기 글에 대해 코멘트를 하실 때, 처음에는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더라는 것이다. 선생님이 아직 나를 잘 몰라서 오해했다는 생각, 내 글쓰기 실력이 모자라 전달이 제대로 안 되어서라는 생각 때문에 계속 설명(이 아니라 결국에는 변명이라고 판명이 나버린)을 하게 되더란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글을 놓고 코멘트를 하실 때는 평소 자기가 그 사람의 태도나 말, 행동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너무도 정확하고 명료하게 짚어 주시는 게 놀라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 잘못 보실 리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이 옳다는 걸 믿게 해 준 결정적인 사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처럼 생각한다는 것. 그걸 알고부터는 선생님의 코멘트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짧은 글 속에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듯이 결국 오늘 하루 내가 하는 말과 행동, 기억과 생각들이 일생 동안 반복될 것이고 죽음 역시 그 반복 안에서 맞이하게 될 것임이 명백해졌다.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에게서는 보이는데 내게서는 보이지 않는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자기를 보는 게 어려우니, 오랜 시간 갈고 닦여 몸이 되어버린 습관을 어떻게 눈치 챌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습관이라는 것이 내 운명을 결정한다니! 더군다나 페스트와 같은 재앙 상황에서는 지금 일어난 일이 무슨 일이며 내가 이 상황에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된다니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이 습관이란 놈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센 것이기에 “수위나 가난뱅이가 아닌 사람들이” 수위처럼 그렇게 죽고 나서 즉 죽음의 공포가 덮치고 나서야 비로소 “공포와 함께 반성이 시작”되는 걸까.
* 앞으로 두어 편의 글은 습관에 대해서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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