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러시아워가 되면 전차는 만원이었다가 낮이 되면 한산해진다. 배차 간격은 시간대별 유동인구수에 맞춰 놓았다. 모든 직장은 비슷한 시간에 문을 열고 비슷한 시간에 업무를 끝낸다. 의사 리유는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을 돌보다가 짬이 나면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왕진한다. 시청의 임시직 서기 그랑도 회계 업무나 통계 등 일손이 부족한 자리를 채우며 일과를 수행한다. 수위 미셸은 자기가 관리하는 건물이 가장 깨끗하고 평판이 좋은 곳이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건물 구석구석을 살핀다. 부자가 되려는 생각으로 가득한 또 다른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또는 카페에서 업무를 보느라 바쁘다.
저녁 때면 변함없는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영화관 앞에는 줄을 길게 늘어선다. 주말이면 교회를 찾거나 해수욕을 즐기거나 이런저런 취미활동들을 한다. 파늘루 신부는 교회를 찾는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주일간의 잘못을 회개하고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주말을 바쁘게 보낸다. 예심판사 오통 씨네 일가족 네 명은 가끔 호텔을 찾아 예의바른 모습으로 단란하게 외식을 즐기고, 타루네 맞은편 집에 사는 키 작은 노인은 늘 같은 시간에 베란다에 나와 고양이들의 머리 위로 종잇조각을 뿌리며 장난을 친다.
흡사 다양한 크기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도시 오랑. 이들 도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무질서. 출퇴근 시간대에 전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신호등이 오작동을 일으키면,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면, 수위들이 동맹 파업이라도 하면 순식간에 도시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니 톱니가 빠지지 않도록, 톱니에 이물질이 끼지 않도록 촘촘하게 매뉴얼을 만들고 규칙을 만들어 완벽한 시스템 구축에 도시의 역량을 총동원한다. 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질서정연함이 주는 안정과 편리함이 며칠씩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는 오랑이라는 도시가 만사가 예측 가능하고 순조롭게 돌아가는, 푸근한 곳이라는 느낌마저 주는 것이다.
이런 도시 오랑의 시민들, 그들은 실제로 순조롭고 푸근한 일상을 살고 있을까. 그 실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