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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을 만나다] 택견과 주역의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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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0-11-11 15:32 조회1,0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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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과 주역의 콜라보



김지형(감이당 주역스쿨 토요반)

어느 날 택견수업 영상을 찍고 쉬려고 나왔는데 석영누나와 곰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매우 즐거운 분위기여서 나도 그 얘기에 끼어들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낭송콘테스트였다. 『내 인생의 주역』 이라는 책 출간 기념으로 열리는 이벤트였다. 당연히 상금도 준비되어 있었다. 곰쌤이 나보고 “너는 무조건 해야 해! 택견으로 한 번 잘 만들어봐” 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상금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이미 어떻게 영상을 찍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바로 옆에 나한테 택견을 배웠던 석영누나도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팀을 만들었다. 나중에 다영누나까지 섭외를 해서 3명이서 택견을 이용해 주역영상을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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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나들이 너무 바빠서 팀을 만들고 일주일 뒤에나 첫 회의를 열었다. ‘이렇게 느긋해도 되나?’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회의를 시작하자 이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다들 의욕이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두 가지 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스케줄이 안 맞아서 연습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마감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결국 천화동인 괘를 포기하고 천수송 괘만 하기로 했다.

남은 시간은 단 5일! 천수송 괘는 다툼을 뜻 하는 괘이다. 그래서 서로 마주보고 상대방을 넘어트리는 마주걸이로 다투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괘사 부분에 본때뵈기를 집어넣었다. 본때뵈기는 택견의 많은 기술들을 규정된 형식에 맞추어 이어놓은 동작이다. 하지만 누나들의 택견동작을 보고 마감시간에 맞춰서 영상을 찍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됐다. 10년 이상 택견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모든 무예는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외워야 한다. 그래야만 동작들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몸으로 외울 시간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누나들이 연습하는 과정은 정말로 재미있었다. 손과 발은 따로 놀았고 상체는 움직이지 않고 팔만 움직여서 로봇 같기도 했다. 그리고 넘어지는 연습을 할 때는 안 아프게 넘어지려는 것이 티가 났다. 하지만 마주걸이를 할 때는 금방 따라왔다. 확실히 허공에다가 발차기나 손짓을 하는 것 보다 상대방을 직접 넘어트리는 게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웃고 떠들며 3일간의 집중훈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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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훈련을 끝내고 하루는 감이당에서 마주걸이를 찍었고 하루는 남산 한옥마을에서 본때뵈기를 찍었다. 촬영 시간은 예상했던 한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처음에 찍을 때는 빨리 해치워버리자! 라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찍어보니 몇 번이고 다시 찍게 되었다. 암송한 부분을 까먹어서 다시 찍기도 하고 택견동작을 실수해서 다시 찍은 것도 있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찍었다. 역시 사람은 무언가를 하면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이 올라오니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크게 반응했다. 암송이 좀 늦거나 동작이 살짝이라도 어색하면 새로 영상을 찍었다.

마감일을 지켜 영상을 보냈다. 이제 남은 건 결과발표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낭송콘테스트에 21팀이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았다. 상을 탄 팀들은 강감찬TV에 영상이 올라간다고 했다.(강감찬 TV는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인문네트워크 유튜브채널이다.) 그날 오후에 강감찬TV에 들어갔다. 영상을 아무리 내려도 우리 팀의 영상은 안보였다. ‘아 결국에는 상을 못 받았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지막에 우리 팀 영상이 올라와있었다. 우리가 1등을 한 것이다!

그런데 1등보다 더 설레는 일이 생겼다! 그건 바로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이 정말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진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택견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감이당에서 택견을 같이 하기 위해서는 택견 말고도 다른 게 필요하다. 이곳은 공부에 많이 치우쳐져 있어서 운동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공부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운동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그럼 이런 사람들과 택견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택견과 공부를 엮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부만 하던 사람들이 택견도 같이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겸사겸사 건강해 질 수 있다! 그리고 운동에 더 치우쳐져있는 나는 택견과 공부를 엮기 위해서 이 두 가지를 더욱 더 깊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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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건 공부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가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택견과 공부를 엮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게임, 술 등 자극적인 것만 찾아다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낭송콘테스트를 계기로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다. 이 길을 나 혼자가 아닌 함께 걸어가 보고 싶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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