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전에는 학교를 다니면서 알바를 하고, 스펙을 쌓고 취업과 이직을 하며 월급을 모아서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학교 공부를 졸업하고 시간이 지나서 인문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 입으로는 돈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어쨌든 밥벌이를 해야 하기에 최근까지 음식점에서 알바를 했었다. 지금은 우리 동네 중,고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오전에만 잠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은 이 세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아도 적어도 해를 끼치는 일은 아니며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의 일이 화폐적 가치로 교환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장님은 나를 시급 9160원 짜리로 대하고, 나 또한 사장님을 사장님으로 대하며 시키는 일(책을 나르고, 서가에 책을 순서대로 꼽고, 청소하고, 복사를 하고 팩스를 보내는 일)을 하고, 학생들이 문제집을 사러 오면 그들을 매출 대상으로 보게 된다.
나는 왜 사람들을 이렇게 대할까? 알바를 고려할 때의 기준을 처음에 시간당 얼마짜리로 보지 않고 또 사장님을 월급을 주는 사람만으로 대하지 않고, 오는 학생들을 매출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다르게 대할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국어 문제집을 사러 오는 학생에게 문제집에 나온 시를 내가 암송으로 들려준다거나, 과학 문제집을 사러 온 학생에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떠들고 싶다면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까? 나의 생각이 고정된 상을 미리 설정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나는 궁금하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시간당 얼마짜리로 또는 계산적이고 수적으로 만들었는지. 시간이나 수로만 환산된 삶은 결코 잘 산다고 할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런 균질화된 시간의 중력으로부터, 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긋지긋한 노동과 화폐의 단순한 교환으로부터 진정 벗어나는 길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