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목성 / 1학기 6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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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적 작성일24-03-27 11:12 조회122회 댓글3건본문
<1교시 불교>
어느새 6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올해 1학기는 정말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지난 시간 연기법에 대한 설명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삼계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곰샘은 이번 강의에서도 내재된 목사님의 모습이 표출됨에 괴로워하셨습니다.^^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33명의 학인이 한껏 은혜받을 준비를 하고 기대에 차서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니 선생님이 그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자꾸 목사님 톤이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요.
삼계 강의를 하기 전, 연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셨는데, “찰나 안에 연기가 있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무명에서 생로병사까지 전생과 현생, 내세에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사실은 우리가 매일매일, 순간순간 겪고 있는 과정이라는 말씀에, 전생도 내세도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아니라 현재 안에 모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법이 시간의 프로세스라면, 삼계는 불교의 공간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강의를 듣다 보니 연기법이 매 순간 우리 삶에서 드러나듯, 지옥부터 하늘(天)까지 나누어진 삼계, 육도 또한 매 순간 우리의 욕망에 의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욕계천에 대한 설명은 천국에 대한 저의 막연한 이미지를 깨부수는 시간이었어요. 왜 불교의 최종 목표가 천국이 아니라 열반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매주 쪽지 시험을 보는 관계로 저는 지금까지 후기를 ‘족보’로 활용해 왔는데요, 이번에도 그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간단하게 수업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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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계 : 욕계, 색계, 무색계
2. 육도윤회
(1) 천(天) : 욕계천, 색계천, 무색계천. 욕계천은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이 투영된 곳으로 천신이 살고 있는 곳. 성별의 구분이 있음. 욕계천은 다시 여섯 개로 나뉨. 천신은 선업을 쌓을 수 없고(부족함이 없으므로), 지혜를 추구하지 않아(너무 편해서) 열반에 이르지 못함.
(2) 아수라 : 전쟁신. 천계의 미인을 얻기 위해 천신과 끊임없이 싸움을 벌임.
(3) 인간 : 개별 주체가 공감과 교감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적 활동, 연대가 가능함.
(4) 아귀 : 탐진치 중 탐(탐욕)을 대표함.
(5) 축생 : 치심(어리석음)을 대표함. 개인주의가 강해 연대를 하지 못하고 개별 주체로 살 수밖에 없음.
(6) 지옥 : 진(분노)을 대표함.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가 극단에 이른 곳. 자아만이 존재.
2. 색계천 : 몸은 빛이 되고, 사유만 남음. 성적인 욕구를 벗어난 곳. 철학자가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곳.
3. 무색계천 : 사유마저 사라진 삼매의 경지. 공무변처천, 식무변처천, 무소유처천, 비상비비상처천. 우파니샤드는 이 경지를 아트만이 되는 범아일여의 경지로 보았음.
<2교시 주역>
네 번째 주역 수업. 이번에 다룬 괘는 뇌천대장, 화지진, 풍지관 등 세 개의 괘였습니다. 서괘전에 나오는 괘 순서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기준이 되는 중천건과 중지곤을 한 후, 천(天), 지(地)와 어우러지는 괘를 순서대로 하는가 싶었는데, 아직 천과 어우러진 택천쾌, 수천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地)와 어우러지는 화지진, 풍지관으로 이어졌어요. 이 괘 순서들이 어떤 함의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여섯 분의 도반이 여유 있고 능숙하게 괘사와 효사를 설명했습니다. 말씀 잘 하시는 선생님들은 모두 감이당으로 오시는 것인지, 어쩜 그렇게 조금도 긴장을 드러내지 않고 설명을 잘 하시는지…. 주역 수업 첫날 긴장으로 목소리가 떨렸던 저로서는 참 부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번 수업부터는 발표 후 질문에 대한 답까지 일차적으로 진행한 터라 아마도 부담이 더 컸을 텐데도 말이죠.
주역은 참 신기합니다. 한 괘에 여섯 개의 효로 이뤄진 짧은 내용인데도, 그 한 괘를 무궁무진하게 변주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발표한 선생님들도 모두 교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자신만의 이해와 논리로 설명을 펼쳐서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이어진 질문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주란샘은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해석에 좀 더 충실할 필요가 있음을 당부하신 듯합니다. 일단 기본을 공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죠.
삼 년 전쯤 주역을 맛보기 정도로 한 학기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실 재미도 의미도 잘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 주역은 자신도 놀랄 정도로 재밌습니다. 한 괘 한 괘 배울 때마다 막 삶의 지혜가 느는 것 같고, 인생사를 알 것만 같은 흥분을 느낍니다. 이럴 때 조심해야죠! 주란샘 말씀처럼 일단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덧] 글쓰기를 하면 내가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글로 잘 풀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건 단순히 글솜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내가 제대로 알고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외워 쓰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해하고 외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큰 것 같습니다. 오늘 수업 후 주역 외워 쓰기 시험을 봤는데, 대유괘와 대축괘의 괘사를 바꿔 써놓은 거예요. 그렇게 써놓고도 결과를 볼 때까지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고, 속으론 ‘아, 안 까먹었다, 좋았어!’ 쾌재를 불렀지요. 결과를 보고 난 후 좀 부끄러웠습니다. 뭐 꽤 주역을 이해하며 좋아하는 척 했는데 웬걸요, 각 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괘사를 바꿔 써놓고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조차 못한 거지요. 들뜨지 말고 차곡차곡 소걸음으로 공부하라고 한 번 더 당부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댓글목록
깨트린님의 댓글
깨트린 작성일
수영샘~~
이 후기 역시 족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목성 수업이 있는 날 아침, 깨봉가는 지하철안에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덧글 완전 공감합니다.
저역시 1학기 평전 초안을 작성하면서 그동안 제가 안다고 착각했다는 사실에 깜놀하고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이럴땐 차서를 지키는게 중요하대요.같이 한걸음씩 천천히 가보아요!
김민정님의 댓글
김민정 작성일으하하~ 수영쌤 후기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앉아있는 듯 너무나 생생하네요. 다음 수업 시간에도 앞자리에 앉아서 또릿또릿하게 눈을 반짝이면서 강의 듣고 충만한 은혜를 받자 다짐했어요. ㅋㅋ 작성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써니홍님의 댓글
써니홍 작성일
수영샘~ 후기를 읽으니 지난 주 1,2교시 수업 분위기가 생생히 떠오르네요. 곰샘께서 "내가 또 왜 이러지?"라며 자리에 앉으시던 귀여운 모습^^, 정성껏 준비한 자료를 유연하고 개성있게 렉쳐하시던 샘들 모습이요.
육도도 연기법처럼 매일 생활속에 드러나고 천국이 아니라 열반을 지향하는 불교, 주역공부의 재미와 소걸음으로 공부하자는 말씀에 공감하고 심쿵합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