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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없어야 도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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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파 작성일14-06-28 16:37 조회2,1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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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장편이 돌아왔다. 곰샘은 다 읽은 사람 손 들라고라고 하는데 이번엔 "다 읽었죠?"하고 가볍게 끝냈다.서유기는 홍루몽과 임꺽정과 더불어 감이당의 필수 장편교재 중 하나다. 엉덩이 힘으로 읽든, 서서 10권을 읽든 몸으로 읽어내야 한다. 장편을 읽어야 호흡이 길어진다. 단편과는 다른 방식의 글쓰기다. 장편 안에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 담긴다. 지금의 소설과는 달리 수시로 운문, 노래가 나온다. 호흡 짧은 독자에 대한 배려일까. 손오공의 업적이 하도 자주 나와 뒤편에 가면 다 외울 지경이다. 경전의 고상한 내용도 섞여들고 세속적 욕망도 스스럼없이 스며든다. 그게 장편의 힘이다.
 
서역, 뇌음사, 석가여래가 계신 곳, 10만 팔천 리는 무지 길고 먼 곳이다. 삼장법사 혼자서 간다고? 어림없는 소리. 관음보살 매니저 덕분에 세 제자가 도우고 용마가 같이 가서 이룬 것이다. 삼장법사는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만 어려움을 피해 갈 수 없다. 81난을 모두 겪어야 한다. 81난은 인간이 걸어가는 보편적인 길이다. 인간은 모두 구도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3명의 제자는 모두 골칫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이분법을 넘어선 관음보살은 다 포용한다. 가면서 만나는 요괴들을 보라. 지네, 전갈, 쥐, 토끼 등 번식력강한 동물들이다. 관음보살과는 다른 여성성이다.
 
석가여래는 지평선 같은 역할이다. 그를 만나야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야 구원이 된다. 그것을 하게 해주어야 스승이다. 서양에서는 신이 나를 구원해 준다. 동양에서는 그런 신은 없다. 구원은 내 안에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손오공이다. 그는 돌에서 태어났다. 물질과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 생물은 무생물에서 나온다. 인간은 CHON으로 이루어져 있다. 탄소,수소, 산소, 질소.
 
진(嗔)의 대가 ,손오공은 태어나 72가지 변신술을 익힌다. 모든 변화를 마스터하고 불멸까지 원한다. 수보리 조사에게 열심히 배웠지만 교만으로 쫓겨 난다. 처음은 미약했으나 군사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용궁에 가서 여의봉을 훔쳐오고 힘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지만 힘을 가진 존재는 쉴 수 없다. 외세의 침입을 핑계 대면서 힘을 쓰지 못해 안달을 한다. 힘으로 다 때려 부순다. 심지어 옥황상제에게 맞장 뜬다. “ 너만 하늘나라 왕을 해야 돼?”
 
이런 어마무지한 힘을 누가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까? 힘은 힘 아닌 걸로 제압해야 한다. 석가는 힘을 만나면 무아와 자비로 대한다. 부처를 만나면 어떤 살인자도 힘이 쪽 빠진다. 무아(無我)! ‘나’가 없다는데 어떻게 제압할 수 있나? 가지고 있어야 때려 부술 수가 있다. 살면서 무언가에 자주 부딫치고 상처받는다면 내가 가진 게 많다는 뜻이다. 성공에 집착할수록 패배를 훈련하는 것과 같다. 꿈이 없으면 좌절도 없다. 오늘을 대충 사는 ‘오대수’가 되면 잃을 것도 없다.
 
분노조절이 안 되는 손오공. 500년간 쇳물을 먹어야 하는 슬픈 운명이다. 자비의 관점에서 보면 불쌍한 존재다. 게임중독자들은 흔히 힘, 힘, 아이템을 꿈꾼다. 아이템을 꿈꾼 자, 아이템으로 망할 지니. 손오공을 조절하는 유일한 방법은 긴고테. 손오공은 구도의 길을 떠나면서 긴고테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풀었다. 81난을 받아들여 자비심이 생긴다.
 
우리의 귀염둥이 탐(耽)심의 대가 ,저팔계를 보자. 식욕,성욕이 작렬한다. 남이 무시해도, 욕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현대인들은 먹방의 달인들이다. 비싸야 하고 썩어 문드러진(오래된) 와인, 치즈에 열광한다. 남이 범접할 수 없는 비싼 것을 소비해야 보람이 있는 것이다. 이미지를 소비한다. 강남 와인 바에서 우아 떨고 있는 사람들은 선민의식이 있을까. 와인을 마실 때 프랑스의 노회한 마켓팅에 말려들어가는 것 같은 적이 있다.
 
모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은 자연에서 멀어지는 파괴하는 것을 탐한다. 다행히 저팔계는 구도 내내 채식을 하지만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다. 중간에 저팔계는 아가씨 세 명과 과부 엄마까지 여자 4명을 모두 탐한다. 관음보살이 눈을 가려 시험한 것이다. 현대인들은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섹스하고, 치맥 먹고 야동 보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이 얼마나 맹목적인지 관음보살님이 테스트한 것이다. 다행히 어떤 요괴도 저팔계를 유혹하지 않는다. 그래서 끝까지 서역으로 갈 수 있었다. 없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손오공 사오정은 그런 욕망이 없다. 내단 수련으로 식욕 성욕이 없는 것이다.
 
어리석은 치심의 사오정은 하늘나라의 장군이었다. 한순간 방심으로 접시를 깨뜨렸다. 방심하면 중생, 정신 차리면 부처가 될 수 있다. 사오정은 수동적인 존재 같지만 매니저 역할을 잘한다. 흩어지는 기를 모아준다. 저팔계는 심술보가 있다. 끊임없이 손오공을 질투하며 쫑알댄다. 그런 저팔계에게 무거운 짐 지고 가는 것이 수행이다. 그 사이에서 조율해 주는 자가 사오정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부족하나 마음을 모은다.
 
손오공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마음, 도전심에 불탄다. 일초도 앉아 있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곧 삼장법사다. 거지국에서 삼장 법사는 “그건 내가 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탐진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어리석음이 오래되면 탐심이 된다. 굉장히 소심하고 말 안하는 사람이 한번 폭발하면 무섭다. 우리나라는 공부 잘 하는 아이에겐 윤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 애가 커서 고위 관료가 되면 욕한다. 아이가 공부 잘하고 똑똑하면“ 공부해서 남 주어라”하고 따라 다니면서 경전을 읊듯이, 귀에 못이 박히듯 해주어야 그 사람을 살리는 길이다. 6.4지방 선거에 잘 나갔던 사람들이 무너진 모습을 보라. 공부를 못해도 편안한 마음을 가릴 수 있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진짜 민주주의다. 우린 IMF이후 너무 경쟁적이 되었다. 굶어 죽을 염려가 없는데도 “부자되세요”라는 말을 한다. 대통령까지 ‘대박‘ 이라 표현한다. 탐진치를 벗어나는 길이 요원하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가 되었다. 왜 이렇게 사는지 이유를 모르면 사오정이다.
 
구도는 비움이다. 식욕, 성욕, 분노를 들어내야 한다. 견성, 성불은 맑음과 밝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꿈들은 너무 탁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꿈꾼다. 그러면 워커홀릭이 되거나 방전되어 버린다. ‘내가 여기 있지만 진짜 나는 아니야.’ 이건 유체 이탈이다. 못난 저팔계가 성형했다면 여자 요괴에게 꼬여, 정착하고 구도의 길을 못 갔을 것이다. 자연 그대로 갔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세상이 이렇기 때문에 나도 이렇게 산다는 사오정의 치심이다. 삼장밴드가 갖는 유일한 미덕은 ‘이렇게는 살 수 없어’ 이다. 사제 관계가 엉망이고 위계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이도 간다. 실제 현장법사는 잘 생기고 능력이 출중했다. 서유기에선 현장이 가진 능력을 세 명이 나눠 가졌다. 스승이 너무 똑똑하면 그 밑에 세력으로 들러붙고 교세 확장하고 프랜 차이즈가 된다. 못난 삼장법사 속도대로 가서 갈 수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천축, 뇌음사까지 갈 수 있었나? 시공간이 주체와 함께 움직이니까 갈 수 있었다. 시공간은 주체가 관찰하는 지점에 따라 휘고, 매번 주체가 서있는 지점이 달라진다. 요괴를 만난 이후 주체의 시공간이 달라진다. 각종 요괴들을 감당하게 되는 순간 도달한다. 축지법은 빨리 달리는 게 아니다. 걷는 것이다. 걸어가는데 빨리 간다. 공간을 휘게 만들고 땅을 축소한다. 지금의 스마트 폰은 시공간을 넘나든다. 근두운 보다 더 세다. 그래도 삼장법사처럼 어딘지도 모르는 서쪽으로 갈려면 힘을 빼고 나를 단련시키는 공부를 해야 한다. 손오공이 근두운으로 부처가 될 수 없듯이.
 
한편, 요괴도 스승이다. 관음보살이 파견한 애들이다. 가짜 손오공은 마음 안에 두 마음이 싸우고 있는 것을 잘 표현한다. 손오공은 스승의 도를 훔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다 지배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결국 적은 ‘나’다. 스승처럼 고상하고 거룩해 보이는 것을 훔치고자 하는 마음이 곧 적이다. 저팔계는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 손오공은 도를 닦고 이루겠다는 마음이 가장 큰 장애다. “ 내일이면 되는데 오늘 하고 싶다” 는 마음이 가장 큰 장애다.
중생과 부처는 하나다. 요괴는 자기 영역을 지배하고 패밀리를 챙긴다. 정착민이 되어 대대로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이 똑같다. 교단을 만들고 영역을 넓히고, 필요하면 그 나라 왕을 부려 먹는다. 그 밑의 존재들에게 영적인 신비를 보여준다. 신비로운 게 신의 계시라고 착각하게 한다.
 
절대로 진리는 특별한 게 아니다. ‘신(神)’이라고 느끼는 특별 체험은 다 가짜다. 진리는 자기 영역을 넓히지 않는다. ‘내가 중생을 구제 하겠어’ 이런 생각은 환상이다. 현장법사도 당태종이 그렇게 환영했지만 어떤 영광도 누리지 않고 조용히 경전을 번역하며 일생을 보냈다. 호의와 친절을 조심해야한다. 만 명의 스님에게 공양한다는 구원외를 보라. 사후까지 평안을 누리고 싶어 삼장법사를 잡는다. 밥 한 그릇 공짜로 얻어먹지 마라. 많이 먹고 많이 가지는 건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권력의 속성은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삼장법사는 원양 보전, 손오공은 고생이 공덕이다. 병이 들면 평소 없던 집중력이 생긴다. 고생, 81난을 겪어야 방심을 안 한다. 지금 고생하고 있는가. 그럼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보다 진도를 먼저 나간 것이니 기뻐하라. 부귀영화에 대한 분별심이 없어야 태과불급으로 이루어진 몸을 벗어 날 수 있다. 에세이를 81번 쓰면 성불 할 수 있을까? 정과는 과일처럼 달콤할까. 이번 학기 내안의 근대성을 삼장 법사의 초심으로 분석해보라 아는 만큼 쓰는 게 구도다. 글쓰는 재주가 없는 것이 글쓰기에 도달할 수 있다.

*이번 수업엔 대안 학교의 중고등학생15명과 같이 들었다. 들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들의 뒷 담화가 너무 궁금한데 확인할 방법이 없네 . 혹 그때 오신 선생님이 댓글 달아 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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