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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기 4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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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니 작성일22-08-23 15:46 조회31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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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고 살았던 지난 2년여의 기간은 정말 SF 재난 영화 같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학교도 문을 닫았고
 일터도 잠겼으며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어느 곳도 출입이 힘든 기간이 있었다.  거리가 한산했다. 이와 반대로 집안은 꽉 찼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자녀, 직장을 가지 못하는 아빠, 병원이 꽉 차 집에서 간병을 받는 노인에게 밥을 해먹이고 신경을 써서 살피는 일들을
집안의 누군가가 해내면서 이 시간이 천천히 지나갔다. 그게 내가 아니여서 또는 내 한 몸 지키기 급급해서 누군가의 희생 위에 내 생활이
꾸려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책을 읽어 오는 세미나 시간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초유의 전염병 시대이고 비상사태인데 어쩔 수 없자나 하면서 돌봄 노동은 각 가정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되었고 특정 감염자,
집단에 대한 혐오와 분노를 쏟아내며 민주주의는 세상 편할 때 얘기라는 듯 정부의 권위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2주마다 발표되는
질병관리본부장의 얘기는 전문가의 얘기니 귀를 세우며 들어도 내 집 안의 힘든 사람, 이웃의 어려움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미나 시간에는 우리가 미처 듣지 못했거나 놓쳤던 것들을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책의 내용을 주 소재로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나 했지만 토론은 평이하게 흘러갔다. 책에서 돌봄 노동을 도맡은 주인공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나라의 복지와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의견으로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었는데 모두가 관심 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였다. 

  여러 달 동안 없었던 오후 세미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1학기 때는 서양철학사라 어려워서 말을 못한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온 세미나
시간에 나는 여전히 말을 못하고 있다. 책은 읽어왔지만 발표자의 주제 질문을 미리 생각해오진 못했고 그렇다면 즉흥적으로라도 말을
해야 하는데 웬지 말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말할 수 있으면 말하고 안하면 안하는 대로 들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댓글목록

나영님의 댓글

나영 작성일

혜란샘 ㅎㅎㅎ 어려워서 말을 못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말을 못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핵공감 해요 ~ 준비도 해야하지만 순발력과 추진력 ㅋ 이 관건인듯 합니다!  세미나 토론이 하고자 한 방향으로 잘 흘러가기는 참 쉽지 않은거 같아용^^

느티나무님의 댓글

느티나무 작성일

혜란쌤 1학기가 연상되는 침묵의 데자뷔가 슬쩍 찾아왔나요? 3학기 때는 그 ‘조용~~~해’ 지기란 녀석에게 어떠한 변명도 해명도 할 필요 없이 매몰차게 결별하셔야 해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곧~~~

쌤의 입술 사이에서 수려하고 유려한 문장이 천둥소리처럼 흘러나올 것예요. 고갈되지 않는 물의 어머니인 원천인 샘물로부터 시작해서 폭포수에 다다를 때 폭포수가 내는 야성적이고 우렁찬 소리가 곧 쌤의 뱃속에서 시작해 목구멍을 통과해서 입 밖으로 나올 겁니다.

그리고 기품 있고 우와 하고 고귀한 언어들이 쌤의 뇌에서 마구 생성 돼서 쏟아지겠죠!!!

물론 쌤이 말한 것처럼 "그래도 말할 수 있으면 말하고 안하면 안하는 대로 들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이것 또한 좋지 아니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