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랭귀지스쿨 2학기 1강(2023. 5. 5.)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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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avigator 작성일23-05-08 18:47 조회609회 댓글7건본문
금요 랭귀지스쿨 2학기 1강 (2023. 5. 5.) 후기 임지아
새로운, 성숙한, 재미있는 말하기를 향한 항해
1주 방학을 뒤로하고 어느 새 다가 온 2학기 개강날, 오늘은 고미숙 샘의 강의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는데 지각하면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10주간의 강의로 학인들 사이에 생긴 친밀감이 무어 그리 대단할 게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2주만에 다시 만나는 얼굴들이 이렇게까지 반가운 것이 의외였다. 서로 안부인사를 주고 받으며 오늘따라 풍년인 떡 간식을 먹으며 하하호호 이야기 하고 있으니 홀연히 고샘이 칠판 쪽 뒤방으로부터 등장하셨다. 선생님의 직강을 듣는 것은 처음이라 궁금함 반, 기대 반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유튜브에서 본 강의가 너무너무 많으니 다른 점이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처음 교실에 들어오시는 모습은 이유 모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무심한 듯 까다로우신 듯 쉬크하게 칠판의 위치를 뒤로 물리시고 강의책상에 앉으셔서 몇마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10시가 되자 칼같이 강의를 시작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예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 풍부한 지식과 지혜, 그리고 고샘에게 빼놓을 수 없는 유며가 어우러져 질의응답을 합쳐 두 시간을 꽉 채우고도 넘긴 강의가 참으로 흥미진진하였다.
강의 내용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나를 사로잡은 내용은 호모 사피엔스, 호모 로퀜스(언어적 인간)인 우리 인간이 육체적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감수하면서 직립하고, 걷고 , 생각하고 , 말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왜 이렇게 어렵게 얻은 말하기의 능력을 잘 활용하지 않고 있느냐고 하신 부분이다. 그리고 이왕 말하기의 능력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더 풍부한 언어로 자신과 남에게 이익이 되는 말하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자의식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설의 구조에 익숙한 내가 주제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서 다음 내용, 다음 내용으로만 줄달음쳐 읽고 실망했던 <임꺽정>이 이야기체의 소설이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는가라고 하셨다. 내가 전혀 보지 못했던 곳으로 나의 관점을 확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이 곳에서 내가 공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선생님 말씀처럼 내 자랑과 타인 비난으로만 가득찬 자의식 과잉의 말하기를 하여왔고 그 결과는 상당히 고통스러웠으며, 변화를 원하게 된 지금, 풍부한 표현력으로 나와 타인을 이롭게 하는 말하기는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너무나 매력적인 말하기로 느껴졌다. 하나의 목표로 삼아 나아갈 수 있는 이정표를 발견하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늘 말하는 내용만을 중시하고,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고 자기변명을 하며 살아왔는데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중격을 받았다. 이야말로 관점의 전환이니까. 관계만이 존재할 뿐 따로 떨어진 실체로서의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그러한 관점에 너무나 미숙한 나로서는 듣는 사람과 함께 완성하는 사회적 차원의 말하기에도 역시 너무나 미숙한 듯하다. 나는 앞으로 새롭게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리듬을 타면서, 매 단계의 디테일을 중시하며 나아간다고 하셨다. 앞으로 나의 말하기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노력해 보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 강의 후 다시 펼쳐 본 <임꺽정>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보니 너무나 리드미컬하고 구체적이며 생동감있고, 다양하고 적절한 의성어, 의태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늘 느끼거나 생각만 할 뿐 표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감정과 상황들을 유려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 공들여 읽어보니 읽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소리내어 낭송해 보니 마치 판소리 공연자가 된 듯 리드미컬한 이야기 전달이 재미있었다. 2학기 이 말하기 공부가 새로운 말하기, 성숙한 말하기, 재미있는 말하기 공부가 될 듯하여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대만발이다
댓글목록
반야수님의 댓글
반야수 작성일
나와 타인을 이롭게 하는 말하기!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수업을 마친 후 관점을 달리하여 책을 소리내어 읽으시며 새롭게, 성숙하게, 재미있게 말하신다는 다짐에 공감이 됩니다. 2학기 우리들의 달라진 모습을 ^^;;
진솔한님의 댓글
진솔한 작성일
저는 2학기의 과제인 말하기 미션 앞에서 머리 뿐만 아니라 온몸이 굳어진 듯, 어제 오늘이 좀 힘들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아침일찍 감이당에 접속해 지아샘의 후기를 읽었는데, 저의 단단해진 몸과 마음이 조금씩 누글거리는 느낌이네요. 내가 전혀 보지 못했던 곳으로 나의 관점을 확대해가는 것이 이곳에 있는 이유라는 말씀이 깊이 와 닿습니다.
덕분에 저도 다시 화이팅합니다. 진심가득한 후기 감사해요^^
나영님의 댓글
나영 작성일
지아샘~ 진솔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저 역시 제가 말하는 것이 팩트고 진실이다 !! 라는것만 주장하려고 말을 그저 내뱉아 왔던 것 같아요. 관계의 디테일을 잘 보면서 흥겹게 전달 할 수 있는 훈련,,,을 두해째 하니까 올해는 좀 더 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네요 ^^
참고로 작년을 지나고 나니 제말을 거의 귓등으로 듣던 (못들은 척하던) 사춘기 아들이 요새는 좀 듣고 대답은 하더라고요... ㅎ
작년 금성 공부가 도움이 된건지 얘의 사춘기가 좀 지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희망을 가져 봅니다 ^^ 신나게 2학기 잘 보내 보아요 !
도깨비님의 댓글
도깨비 작성일말하기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어서, 언제부터인가는 덜 말하기 쪽으로 기울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말하기, 그러면서도 풍부하고 재미나게 말하기,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말하기라는 방향을 알게 되었으니... 마치 샘이 조 모임 시간에 말하는 것처럼 글을 읽는데 소리가 들리네요. ㅎ. 잘 읽었습니다. - 이경자
깨트린님의 댓글
깨트린 작성일판소리 공연자가 된 듯 리드미컬하고 구체적이고 생동감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2학기 3학기 동안 우리 같이 노력해보아요~ 진솔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라다크님의 댓글
라다크 작성일
쌤~
내가 전혀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이곳에서 공부하는 이유! 라고 하신 부분이 맘에 와 닿습니다.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해왔던 자의식 과잉의 말하기를 벗어나 새로운 말하기 연습을 하게 된다는 것에 저도 기대하 됩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김반성님의 댓글
김반성 작성일
임지아쌤~~~
제가 팁 하나를 드리자면...
고미숙선생님께서 강의하는 탁자 위에 물 한 잔, 베지밀 1개, 냅킨 1장 그리고 간식(특히 밀가루 음식) 등을 놓는 순간 선생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입체적으로 섬뜩한 언어의 향연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한번 해 보실라우!!!
후기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