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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금성 3학기] 연극 7주차 오전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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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춘삼이 작성일23-09-11 17:16 조회155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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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금성3학기/7번째 연극연습 오전 후기/2023.09.08./신해선

  

미리 써보는 수상 소감 ^^

  

  수상 소감을 말하려고 하니 생각나는 건 온통 감사한 일들뿐인 것 같습니다. 먼저 저희 1조의 연극을 재미있게 봐주신 관객분들과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연극을 접해보는 무지한 저희들에게 연극의 맛을 제대로 알도록 이끌어 주신 정욱현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복식호흡할 때마다 선생님이 생각날 거에요~.^^

  

  추첨으로 뽑은 연극조원들과 인사하며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던 연극수업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어야 할 때가 되었다니 서운함과 아쉬움이 큽니다. 저에게도 좋았던 순간들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배역을 정할 때였습니다. 사실 저희 조에서는 봉단과 이장곤의 배역을 누가할 것인가가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두 배역이 사랑하는 부부관계이다 보니 사실 조금 어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조는 두 개의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보성샘이 봉단이를 하고 석주샘이 이장곤을 하면 어색함도 덜하고 재미있지 않겠냐는 의견과 각자에게 어울리는 배역을 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보성샘이 봉단이 역할을 재미있어 하고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배역에 대한 충분한 논의의 시간을 갖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긴장감이 커지는 것을 감지하고 나서야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최종 배역을 결정하기로 한 날 보성샘이 먼저 자신이 봉단이를 하겠다고 양보해 주셨고 이 일은 여기서 이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저희의 배역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정욱현선생님께서 왜 가장 자연스런 선택을 하지 않습니까? 왜 특별한 이유 없이 여자역할을 남자가 맡습니까?라고 조언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희는 비로소 우리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연극을 위해 만난 것이지 사적인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보성샘의 배려의 마음으로 조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정욱현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저희는 비로소 상황을 올바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공동작업에서는 서로의 오해와 생각의 차이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일화는 함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양보와 배려가 먼저여야 한다는 것을 배운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수상소감이 좀 길어질 수도 있지만 정욱현선생님 말씀 중에 감명 깊었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과거를 회상하시면서 잠시 추억에 잠기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4조 연습 때 말씀하셨던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조에서는 삿갓이 중요한 소재입니다. 삿갓을 벗는 사소한 일이 청석골 공동체 전체에 화를 미칠 수도 있다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주요 소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선생님은 여지없이 질문하십니다. “삿갓을 어떻게 벗어야 할까요? 삿갓을 벗는 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탈의 행위입니다. 관객이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려면 삿갓을 어떻게 벗으면 좋을까요?” 관객이 이 일탈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주제의식은 곧 희미해져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즉 관객에게 삿갓을 벗는 행위가 일탈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삿갓을 벗는 행위 하나가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정말 연극은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욱현선생님은 이어서 끝없이 질문을 하십니다. “굿판 구경을 가는 순간의 기분이 어때요? 즐겁고 기대감이 크죠? 그럼,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관객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면서 연극의 진짜 주인공은 관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말씀은 5조 연습 때 하신 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연습장면은 정첨지의 아들이 곽오주 아내를 겁탈하려는 장면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옷을 벗기시거나 벽에 몸을 부딪치면 절대 안돼요. 관객이 불편해 합니다. 의미만 전달할 수 있으면 관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극은 무슨 말이든,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극에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는 말씀은 왠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이라는 용어가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말하는 것일 겁니다. 연극에서도 지키는 선을 가장 지키지 않는 곳은 어디일까요? 혹시 가장 가까운 가족은 아닐까요? 새삼 반성하게 됩니다. ^^;;;

  또한 선생님은 행동은 몸을 쓰며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만 연극 연습한 녹화본을 돌려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나 몸이 뻣뻣하고 어색하던지. ^^;;; 그동안 얼마나 입만 나불대며 살았는지 다 뽀롱나 버렸습니다.

  

  세 번째로 3조 연습 때 대본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연극에서 주제를 정하고 이를 표현하는 가장 기본이자 중심은 대본입니다. 대본이 충실하지 못하면 이를 연기로 표현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에세이나 스토리텔링의 대본을 써본 것이 전부인 저희들에게 희곡은 전혀 다른 세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써 의미를 전달하는 것과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나 표현방식이 완전히 달랐으니까요. 문어체로 쓴 대본을 구어체로 변경하는 작업도 연기연습을 하면서 하나씩 고쳐가는 수준이니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무엇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대본작성 또한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중의 하나였습니다. ^^;;;

  당시 3조의 연습장면은 버드나무 아래에서 봉단이와 이장곤이 서로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조선시대 백정의 언어는 현대 언어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뜻도 어렵고 어미 처리는 더 어렵습니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말들을 감정으로 표현해야 하니 참 쉽지않은 일입니다. 첫 연극이 조선시대 사극이라니 좀 너무 한 듯. ^^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저와 함께 해주신 저희 조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흥겨운 에너지로 팀에 활력을 넣어주신 보성샘, 감사했습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우리엄마 현정샘, 고맙습니다. 젊고 밝은 에너지로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 석주샘,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는 아니었지만 서로의 연극을 힘차게 응원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낸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연극은 끝났지만 우리의 추억은 영원하기를......

  

댓글목록

jieun님의 댓글

jieun 작성일

김연극님과 춘삼이님의 연기 ..인상깊게 잘 보았습니다..노력, 연습, 서로에 대한 배려를 느꼈답니다^^

김연극님의 댓글

김연극 작성일

나는 봉단이가 될뻔한 이장곤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감이당에서 공부한 후론 정신적 남성성(性)을 거세했다. 그래도 나름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다. 공부하는 사람이다. 여기 내가 학문을 연마하는 곳에서는 중년의 여성이 많다. 그곳에서 나는 그(녀) 들과 책과 사유와 편견과 삐짐과 오해로 중년 남성 대신 브로맨스를 공유한다.

공부는 필수며 생존은 선택이다. 나는 감이당에서 필수를 위해 생존을 선택했다. 그것이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자 이유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의 성이 무엇이라고 물어보면 나는 호모 사피엔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세상에는 이분법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 다양한 층이 있을 뿐.

그나마 구분하자면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 정도랄까.

나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는 아니 그 무엇도 아니다. 그러니 봉단이도 될 수 있고 이장곤도 될 수 있다.

춘삼이님의 댓글

춘삼이 댓글의 댓글 작성일

공부하는 선생님, 참 아름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