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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클래식2> 톰의 계몽과 헉의 야생성 602p~ 끝까지(9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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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파 작성일14-06-22 13:05 조회2,9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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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옥
톰의 영웅 심리와 헉의 유연성이 돋보이는 후반부이다. 톰의 행동은 자연스럽지 않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만들어낸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도 ‘나는 이걸 지켜야 해’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돈키호테는 책을 많이 읽고 어떤 상황을 설정해야만 움직인다. 책을 참고해서 원칙과 신념으로 살아간다. 그리하여 너무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한다. 톰도 마찬가지다. 톰은 왓슨양이 흑인 짐을 풀어준 걸 알면서도 짐과 헉을 개고생을 시킨다. 그 와중에 본인도 총을 맞게 된다. 반면 헉은 가슴이 말하는 소리에 따라 산다. 헉은 불가항력일 땐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다.
 
가슴이 시키는 일은 단순하고, 머리를 짜내는 일은 복잡하고 어렵다. 왕과 공작을 보자. 그들이 사기를 칠려면 두려움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왕은 신이 나서 뭐라고 떠들고 또 떠들어댔으며, 나중에 자기가 한 말을 본인조차도 정말이라고 믿기 시작했다.’(696p)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끝까지 사기를 밀어 부친다.
 
실제로 사기와 황금을 탐하는 끝은 몰락이나 죽음이다. <인디애나 존스>와 <엘도라도>등 영화나 소설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이야기다. 서부 영화를 보면 성공하는 도둑이 거의 없다. 현대인들이 원하는 로또를 맞아도 현금을 잘~ 쓰는 사람은 드물다. 사기꾼은 보통 무형의 자산으로 사기를 친다. 다단계나 보험이 물건 하나 더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더 끌어오는 게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구조와 비슷하다. 사기가 통하기 위해서는 암기력과 관찰력이 뛰어나야 함은 기본이다. 사기꾼은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린다. 사기 당했다고 억울하다면 내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 평소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다녔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서유기>에 보면 요괴와 보살이 나온다. 둘 다 욕망이 있다. 하지만 요괴는 집착과 지배욕망이 강하고 보살은 욕망을 인정하고 그것을 재구성할 줄 안다.
 
tv나 영상매체가 나오기 전 1800년대는 이야기가 많다. 왕과 공작이 사기를 칠 수 있었던 것도 지나가던 그 동네 젊은이가 죽은 사람의 정보를 다 제공해 주어서 가능했다. <임꺽정>에서도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자기 집 얘기를 다 한다. “소금 장수 총각, 우리 집에 길연이 혼자 있는데 절대 가지 마” 이건 가보라는 암시보다 더 하다. 사기꾼들은 신장, 방광이 튼튼하다. 책을 많이 안 읽어 청각이 발달했다. 지금보다 자연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생존에 오감이 다 열려 있어야 했을 것이다.
 
톰 소여는 돈키호테 기사의 복사판 같다. 책 중독자이자 모험 중독자이다. 책에 나온 대로 행동하려고 고생도 사서 한다. 그냥 계단으로 내려와도 되는데 굳이 피뢰침을 타고 내려온다. 짐을 멋있게 구해야 한다며 뼈빠지게 고생을 한다. 엘리트주의의 광기이다. 엘리트란 계몽적인 기획 하에 의미를 덕지덕지 붙인다.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국답게 매년 큰 재난이 일어난다. 지도자는 재난현장에 있어야하고 애쓰는 모습을 연출해야한다. 그리고 ‘영웅’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역경 속에 구출되는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고위직 공무원이 기념사진 찍고 싶어하는 모습과 겹친다.
 
우리의 본성은 이런 연출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헉과 짐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압된 삶이었지만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헉은 노예, 짐의 자유를 찾아주려고 ‘지옥에라도 가겠어’라고 다짐하고 실천한다. 짐은 톰 소여의 목숨이 오락가락할 때 역지사지한다. 본인이 그토록 원하는 자유에서 다시 노예로 돌아갈지라도 톰의 목숨을 먼저 구한다. 소수자나 유목민은 생존과 자유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한다. 복잡한 이미지를 싫어한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일이 안 풀릴 땐 누구 때문이라고 표현한다. 자기를 누군가 캐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짐처럼 목숨을 바로 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 순간 뭘 해야 할 지 모르고 허둥거리다 나중에 참회한다. 사회적으로 삶이 소외되고 비루해지는데 자기 스스로 먼저 자신을 소외시킨다.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지고 원한이나 비굴함이 남는다.
 
억압된 현대인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열등감, 원한을 만든다. 그래서 입만 열면 욕을 한다. 이명*정부 때 욕을 너무 많이 훈련했다. 욕하는 게 일상화됐다. 초등학생들도 대통령을 욕한다. 남편도 매일 식탁에서 우리나라를 욕하는 데 슬프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보면서 더욱 슬퍼진다. 존경하는 어른이 있어 맡겨도 안심이 되는 때는 언제일까. ‘나꼼수’는 대중들에게 욕을 익숙하게 만든 게 아닐까. 욕을 해서 무엇을 바꿨나?
 
민주주의는 다른 개념에 대해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소외다. 약자에 대해 배려한다면서 소수의 의견을 배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의 질이 떨어졌다. 사유에서 나온 결과물은 없고 너무 단순하다. 다르게 주장하는 사람에 귀 기울였나.
 
책의 후반은 톰의 계몽 프로젝트와 헉의 야생성, 자유란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곰샘이 쓴 근대3종 세트를 볼 때 의문(설마 그랬을까)이 갔던 이 책을 보며 부분이 환해지기도 했다. 1909년 한국 개신교에서 부흥회를 했다는 게 상상이 안 갔는데 풀렸다. 마크 트웨인이 살았던 1800년대 후반에 이미 부흥회와 간증을 하고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가 감정을 풀었다. 그 장면이 바지 저고리 입고 논두렁을 걸어서 교회에 간 우리 선대 모습과 오버랩 된다.
 
햄버거에 뿌린 참깨보다 더 많은 주석이 달린 책, 주석을 안 읽고 그냥 넘어간 부분도 있다.(너무 많아) 어떤 부분은 정사(政事)에 나오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그 당시를 알 수 있었다. 곰샘은 어떻게 이 장면을 잡아 낼 수 있었을까. 같이 감상하고 싶어 눈이 침침해도 이 속요는 옮겨 쓴다.
 
한 여편네 살았지. 우리 마을에/ 우리 마을에 정말 살았지/ 그 여편네 남편을 참 사랑했네/다른 남자는 두 배나 더욱.
그 여편네 의사를 찾아 갔다네 / 뭐 발견할 만한 게 있는지/ 남편을 눈멀게 만들 것을
그 여편네 오래된 쇠뼈 여섯을 / 찾아서 남편한테 씹게 했지/ 남편 왈, “마누라 내 눈이 멀어서/ 당신이 전혀 안 보이는구먼”
남편 왈, 내 차라리 물에다 /빠져 죽겠네. 방법만 있다면야.“/ 여편네 왈” 내 사랑하는 남편이여. 내가 그 방법을 알려드리리다.“
그 여편네 남편 손을 붙잡고는/남편을 물가로 인도해 갔다네./남편 왈,“마누라, 내 차라리 물에다 빠져 죽겠네. 당신이 밀어주면.”
그 여편네 옆으로 약간 움직여서 / 물깊이를 재려고 했다네. /그 남편도 옆으로 약간 움직이자, 여편네는 물속에 빠졌다네.
여편네 소리치고, 여편네 악을 썼네./ 악을 쓸 수 있는대로 썼네./남편 왈 “ 마누라, 내 눈이 멀어서 / 당신이 전혀 안 보이는구만”
남자는 원래 성격이 좋은데다가 / 여편네가 헤엄치리라 생각해서/ 얼른 가서 긴 장대를 가져와서/ 여편네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네.
다른 버전
이제 내 노래는 끝나 버렸네 / 더 이상은 부를 게 없다네 / 그 여편네 참 바보 아니런가?/ 나이가 무려 일흔 여섯이네.
또 다른 버전
이제 내 노래는 끝나버렸다네 / 더 이상 부를게 없다네 / 그 여편네 참 바보 아니런가? / 남편을 그토록 믿어버렸다니.
약간 점잖지 못한 이 속요는 트웨인이 좋아하던 노래 가운데 하나였다. -8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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