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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2> 착각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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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파 작성일14-07-01 10:43 조회2,5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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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소여의 모험』17장~ 끝까지
 
‘톰은 중간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끔찍한 무대 공포증에 사로 잡혀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목구멍이 꽉 막힐 것만 같았다... 선생이 얼굴을 찡그리자 이제 실패는 확실해졌다. ..누군가가 박수를 치려고 하다가 곧바로 멈추고 말았다.’(254p)영웅심 가득하고 늘 주목받고 싶은 톰도 ‘암송을 준비 안하면 망가질 때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온다.
 
졸업식 발표 장면 묘사가 눈길을 끈다. 그 당시 학교에서 뭘 배우고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명연설을 암송하고 처녀들은 직접 쓴 작문을 낭독한다. 작문의 주제는 ‘우정’, 역사속의 종교‘,’효(孝)‘, ’우울‘ 등. 이런 작문에서는 애틋한 우수(憂愁)의 감정과 지나치게 미사여구를 많이 나열한다는 것이다. 글의 끝에 가서는 고질적으로 따분한 설교를 늘어놓는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뻔한 위선인 줄 알면서도 계속 쓰고 있는 상황을 마크 트웨인은 잘 포착하고 있다.
 
감이당에서 에세이를 쓸 때도 어줍잖은 한 마디를 하려는 유혹에 시달려서인지 이 장면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또, 정화스님과 곰샘이 주장하는 말과 비슷한 점이 있다. ‘소박한 진실은 언제나 재미가 없다.’
밥처럼 물처럼 담담한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평범함을 잘 견디지 못한다. 톰은 ‘금주 소년단’에 가입하고 화려한 허리띠를 두르고 폼 잡고 다니기를 좋아한다. 동네에 흑인쇼단이 오고 서커스단이 다녀간다. 골상학자, 최면술사도 다녀간다. 사내애와 여자애들의 파티가 있었지만 다음 파티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괴롭다. 톰이 홍역에 걸려 바깥을 못 나오는 동안 교회는 ‘부흥회’로 신앙심에 불이 붙는다. 아이들까지 그 분위기에 편승해 신앙인이 된다. 심지어 헉까지 성경구절을 인용하여 톰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며 절망한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아이들은 다시 불신앙의 상태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니 거기에 교회도 자본주의도 융성해 진다.
 
그럼, 자본주의에 다른 대안은 있을까. 원시 부족들처럼 공동체 삶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장금샘은 지난 주 ‘문탁’에서 <증여론>을 듣고 왔다면서 공동체에 대해 들려준다. 공동체는 주인과 이용자라는 관계에서는 유지하기 어렵다. 자본주의는 이 집은 내꺼, 내 소유라는 울타리를 치고 자기 것은 소중히 여긴다. 공동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접근성이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내 물건, 내 공간이 아니라고 책임지지 않으면 훼손된다. 누구나 주인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유지할 수 없다. 부족들은 추장을 뽑아 그가 끊임없이 윤리를 주장하고 수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만큼 윤리는 지키기 힘들다는 의미이고 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남산 강학원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집에서 세 남자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물 한 컵 먹고도 흔적을 남기지 말고 씻어서 처음 그 자리에! 다행히 세 남자가 조금씩 실천하니 내 시간이 확보되어 좋다.
 
정순찬샘은 톰과 베키가 죽었다고 소문이 난 후, 인전조가 죽은 후 동네 사람들은 죽은 이들을 미화하는 게 흥미롭다고 한다. 톰은 말썽꾸러기인데 착한 아이로 포장되고, 백인들이 무서워하는 인전조에게도 동정심을 발휘한다.
 
김재의샘은 톰과 헉의 다른 지점을 말했다. 조셉 켐벨의 신화의 12구조에 보면 영웅은 자기 한계를 넘고, 고난을 극복하면 새로운 사람이 되고 더욱 성장하는데 톰은 전과 후가 같다. 톰은 유명해지고 으스대는 게 중요하다. 모험 그 자체만 좋아한다. 거기서 내면의 성장이 없는 것 같다.톰은 양심을 가장한 영웅심도 보인다. 헉과 ‘피로 맹세하고’혼자 변호사를 찾아가 다음날 짜 잔~ 하고 영웅처럼 증언한다. 아직 덜 성숙한 나이어서일까.1800년대 미국은 근대의 동시대를 살면서 백인들이 사는 방식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허클베리 핀』에서 헉은 사건을 겪을 때마다 자기 고유의 생각을 하고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향임샘은 헉은 자신의 자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톰은 영웅주의로 해적 산적도 영웅. 권력있는 자가 되어 멋있게 보이려고 한다. 책을 많이 읽어 기존 체제에 대한 기준점을 이미 지니고 있다.
한편, ‘아이들은 순수하다’는 착각이다. 아이들도 사회가 욕망하는 것을 내면화한다. 톰은 우리의 모습이다. 현대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내 욕망인지 누군가 주입한 욕망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잇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내가 어떤 지점을 딛고 있는가를 바로 보는 것이고, 그 이후 내가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톰은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 그럼 헉은 ? 정순찬샘은 새처 판사가 톰을 육군사관학교에 보내고 법률가로 키우는 계획을 읽고 아마 전두환처럼 되지 않을까 상상했다. 헉의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난 ‘방랑식객 임지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때 고아가 되어 음식점에서 심부름하고 떠돌다 자연을 이용한 맛있는 밥상을 차려 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내 10대 때 지금 이 나이에 톰 소여를 남산에서 읽고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없듯이. 아무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짐작 할 수 없다. 다만 오늘을 살 뿐이다.
 
성공을 전제로 하면 잘 사는(돈 있는)사람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진다. 돈 없는 사람도 기초 수급자도 서로 위해주고 재미와 감동이 있다. 살다 보면 내면화된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 온다. 몸이 아프거나 엄청난 사건이 왔을 때 온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하고. 마크 트웨인은 톰과 헉을 통해 다른 삶을 한번 상상해보라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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