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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 시즌2> 열하일기(상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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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혜안 작성일14-07-22 15:46 조회2,4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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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 이번 시즌의 마지막 여행지는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곰샘의 무한애정을 받고 있는 연암과 연암식 글쓰기. 그것의 진면목이 드러나 있는 열하일기를 작년에 이어 다시 만났다.

 

처음 읽었을 때는 연암의 유명한 명문장들에 압도되어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많은 명문장들을 해독(!)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다시 읽으니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 뒤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낯선 여행지를 종횡무진 누비는 연암의 몸짓이 보인다. 그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좀 어지러워졌다. 그는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매끄럽고 순발력 있었다.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있었다.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하나 건져내기 위해서도 그가 기울인 노력은 좀 과장해 거의 필사적이었다. 경이로웠다. 웬만한 관찰력과 집중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아무리 집중해도 방금 전의 것도 헛갈리는 내 능력으론 더더군다나 불가사의에 가까웠다.

 

놀랍게도 연암은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기록하고 있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먹으면서, 막간에 쉬면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말 위에서 졸면서, 심지어 달리는 말 위에서까지. 그에게 여행은 곧 기록이었다. 살인적인 일정을 강행군하면서도 결코 쓰고 또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연암.

 

달리는 말 위에서 휙휙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기록하노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먹을 한 점 찍는 사이는 눈 한 번 깜박이고 숨 한 번 쉬는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눈 한 번 깜박하고 숨 한 번 쉬는 사이에 벌써 작은 옛날(小古), 작은 오늘(小今)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하나의 옛날이나 오늘은 또한 크게 눈 한 번 깜박하고 크게 숨 한 번 쉬는 사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찰나에 불과한 세상에서 이름을 날리고 공을 세우겠다고 욕심을 부리니 어찌 서글프지 않겠는가? ...(중략)... 대체로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것은 지나가 버린다. 지나가는 것은 멈추지 않기 때문에 옛것에 의지하여 학문으로 삼은 것은 고증할 길이 없다. 그러므로 힘껏 저서를 지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믿을 수 있게 한 것이다.”(상권, 일신수필, 226~228)

 

연암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그의 시선으로 붙들었다. 그리고 썼다. 낯선 여행지의 만물들이 그에게로 와서 글이 되었다. 그건 아마도 연암이 찰나에 불과한 세상에서 이름을 날리고 공을 세우겠다는 욕심에서 자유로운 마음. 비어있었던 만큼 열린 신체였기 때문이리라. “지나가는 것은 멈추지 않기 때문에” “지나간 것을 붙들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믿을 수 있게하기 위해 달리는 말 위에서조차 기록하고 또 기록했던 연암, 그는 진정 기록의 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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