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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세미나] 7월 23일 중국사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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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진 작성일14-07-28 10:26 조회3,95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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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에 앞서...
드디어 저희 세미나의 새 이름이 정해졌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
역학의 치(理致)를 공부한다! 해서 이름하야, ‘의리’ 세미나! (으리으리~~!!)
너무 시류에 편승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ㅎㅎ
괜찮아요~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고! 깊은(?!) 의미까지 담겨있으니! 그거면 된 거죠. ㅎㅎ
 
왜 갑자기 세미나 이름을 새로 지었나 궁금하시다고요?
사실 세미나 모집을 할 때는 ‘혈자리서당 세미나 시즌 2’로 시작하였으나
그러면 혈자리에 대해 많이 알아야 참여할 수 있는거냐, 혈자리서당 기존 멤버들만 하는 세미나 아니냐... 등등
갖가지 오해들이 난무하여 옛 이름을 과감히 버리기로 했어요. (흑 정들었던 ‘혈자리’여 안녕~ )
 
그렇다면 문제는 새 이름! 세미나의 새 이름을 뭐로 할지 저희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더랬습니다.
의역학 기초를 공부한다 해서 ‘의기 세미나’로 하려 했으나 뭔가 딱딱해서 입에 착착 안 붙고,
혈자리의 ‘혈’과 <중국사유>를 쓴 그라네의 이름을 따 ‘혈라네’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제가 낸 의견입니다 -,.-)
그렇잖아도 화기(火氣) ‘뻗치는’ 멤버들이 많은데 이름이 너무 ‘현란하다’ 하여 그것도 접고...
그러던 중 세미나를 할지말지 계속 고민하시던 건달프샘이 멤버들(주로 은주샘)의 집요한 설득에 결국 합류하시기로 맘을 먹으면서
다짐의 의미로 외쳤던 ‘의리!’에서 힌트를 얻어, 간단하게 작명 끝!
앞으로 저희 ‘의리세미나’ 많이 응원해주시고요 ^^
이 세미나는 감이당 장기 프로그램을 1년 이상 이수하신 선생님들께 항상 열려있으니
공부를 찐하게 해보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문 두드리시길 바랍니다!
 

 
음. 홍보는 이쯤 해두기로 하고 후기 시작합니다.
지난 7월 23일, 의리세미나 두 번째 시간에는
마르셀 그라네의 <중국사유> 제 1부, 1장 ‘언어와 문자’ (p. 48~68)
정진명 선생님의 <우리 침뜸의 원리와 응용> 1장 ‘주역’ 중 4항 ‘문왕이 괘를 바꾸다’ 까지 (p. 13~36)를 읽었습니다.
오수혈은 수태음폐경의 형혈 ‘어제혈(魚際穴)’을 공부했구요.
이 날은 다섯 명(박소영, 고은주, 박영혜, 박경금, 장예진)의 선생님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홍세미샘은 급한 일이 생겨서 충무로까지 오셨다가 가셨고
나머지 세 분(신효진, 안민정, 안혜숙)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어서들 오세요!
간식은 달콤한 수박이었습니다. (중요한 정보~)
 
<중국사유>는 혼자 읽을 때는 차~암 어려운데
세미나에서 같이 읽기만 하면 깨알재미를 느끼니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지난 주 ‘서론’에 이어 이번 주에는 본격적으로 중국의 언어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요.
이번에 보니 이 중국어란 녀석이 참 흥미로운 언어더라고요.
문법적 요소도 간소하고 동음이의어가 많아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고를 명확하게 표현하기에는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내 말을 듣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서 행동을 촉발시키는 데에는 탁월한 언어라는 것!
그게 마르셀 그라네가 중국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 부분이에요.
 
그걸 읽으면서 처음에는 저희끼리도 혼란이 왔었습니다.
이제까지 언어란 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해 왔는데,
중국인들에게 언어는 내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거에요.
대신에 그들에게 언어는 마치 주술 같은 거였습니다.
어떤 단어를 통해 상대방의 머릿속에 특정 형상을 떠올리게 해서 상대방이 그 형상에 ‘홀려’ 특정 행동을 취하게 되는 식이지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한 친구가 이웃 마을에 사는 다른 친구를 적군으로부터 피신시키려 합니다.
요즘 저희들이 하는 방식대로라면, “물을 조심히 건너서 어디어디에 숨어있게. 그럼 내가 구하러 갈게!” 라고 말해서 친구를 구하려 했을 겁니다.
그런데 중국 스타일은 그게 아니라는 거에요.
친구 A는 친구 B를 찾아가 말합니다. “누룩을 갖고 있나? 누룩이 있어?”
친구 B는 친구 A에게 답합니다. “황하의 물고기가 배가 아프다네. 자네 같으면 어떻게 하겠나?”
 
저희가 중국식 화법을 처음 접하고 왜 ‘뭥미?’ 했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시겠지요.
‘뭐야, 그냥 물을 건너라 하면 될 걸 왜 누룩이 나오고 물고기가 나와?’
하지만 그라네 말은, 바로 그게 고대부터 내려온 중국인의 언어기법이라는 겁니다.
‘물을 건너!’ 라고 말한다 해서 친구가 자기 말대로 물을 건넌다는 보장이 없고
듣는 친구 입장에서도 친구가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는 거에요.
즉 논리적이고 관념적인 언어는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
따라서 친구 A는 습기를 다스리는 데 효험이 있는 ‘누룩’이란 단어 하나를 강조하여 친구 B의 머릿속에 각인시킴으로써 친구 B가 물을 건너 피할 것이란 점을 보다 확실하게 합니다.
반면에 친구 B는 배 아픈 황하의 물고기의 이미지를 친구 A에게 심어줌으로써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날 구하러 올거지? 날 구하러 와야해!'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합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친구 B는 ‘누룩’을 마음에 품고 강을 건너 적을 피하고
친구 A는 진흙구덩이에 은신하던 ‘황하의 물고기’를 구해냅니다. 해피엔딩~♥
 
재밌지 않나요? 정보를 정확히 논리적으로 전달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
아니, 상대방의 행동을 끌어내는 데에는 논리적 화법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주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주술’ 화법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
내 삶에서 언어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묻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그라네는 이런 중국어의 특성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서로 저의(底意)을 숨기고 설전을 펼쳐야 했던 상황에서,
또 시장에 온 손님의 행동에 압력을 가해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게 해야하는 거래 상황에서 발달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설전과 거래라는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용’하는가가 중국인들이 언어사용에 있어 가장 중시했던 기준이라는 거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처럼 간단명료하면서도 ‘감염력’과 ‘작용력’이 넘치는,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언어기법이 탄생할 수 없었을 거라고요.
그런 점에서 이 장을 마무리하는 마르셀 그라네의 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중국의) 상형문자는 대부분 단어들이 일종의 신선하고 생동감 있는 언어로서의 특성을 지니면서, 완벽하고도 구체적인 표현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중국정신의 저변에 깊이 배어 있는 성향에 따른 채택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러한 성향으로 보존되어온 상형문자는 어휘가 추상적인 기호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주었다. 상형문자는 정신운동에 인색하지 않은 사유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마르셀 그라네, <중국사유>, 한길사, 2010. 68쪽)
이 외에도 같이 이야기 나눈 흥미진진한 포인트가 참 많았지만
일일이 다 적기가 어려워 이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자세한 건 위에 첨부된 발제문을 참고하시구요.
더 궁금하시다면 마르셀 그라네의 <중국사유>를 직접 읽어보시길. 후회없으실 거에요.
혼자 읽으려니 책이 너무 어려워서 읽은 걸 후회하신다면 그땐 의리세미나에 들어오셔서 함께 읽는 걸로 ^^
아, 그리고 혈자리랑 침뜸 공부에 대한 후기는 소영(쏘so 영young)샘께서 곧 올리실 예정입니다.
 
다음 주 세미나도 역시 수요일(30일) 저녁 7시에 깨봉빌딩 강의실 2에서 열립니다.
<중국사유>는 제 2장 문체 (p. 69~94)를,
<우리 침뜸의 원리와 응용>은 주역 끝까지 (p. 36~60) 읽어오시면 됩니다.
발제는 홍세미샘과 박영혜샘께서 각각 맡으셨어요. 그리고 발제한 사람이 후기도 쓰기로!
그럼 일주일동안 그라네의 글과 씨름한 뒤에 수요일날 다시 만나요~~
댓글목록

혜안님의 댓글

혜안 작성일

이번주엔(벌써 내일?!)  참석합니당ㅎ 그런데 진도가 생각보다 빨리 나가는구만요..흑. 밀린거 읽어갈라믄...@@;;
'의리세미나'는 왠지 의기+알파인거 같은 느낌인데요. 의역학기초(의기)쌩짜들에 더해진 알파의 정체가 뭔지 나가면 알 수 있을라나~~ㅎㅎ 내일 만나요.^^

얼음마녀님의 댓글

얼음마녀 작성일

정말이지  난 아마도 누룩이니 황하의 물고기니 이런 말 못알아들어서 틀림없이 죽었을게야~
~누군가 내게 중국어로 말을 해온다면 '쟤가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저런 말을 하는거지?' 하고 자꾸 머리를 굴려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에 멘붕 겸 1차 감탄!한데다 그걸 또  <상형문자(중국어)가 정신운동에 인색하지 않은 사유에 적합하다>라는 멋진 말로 표현해 준 그라네에게 감탄 또 감탄!!

그나저나 효진과 민정샘, 혜숙샘은 다음주부터 오실 수 있겠지요? ㅎㅎ

건달프님의 댓글

건달프 작성일

오호라~~이런 깨알자랑과 홍보!
다시 찬찬히 후기를 읽어보니 역시나 재미나구료~중국사유가 어려우면서도 재밌다고 하는 이유를 알게되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