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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영어주역 일요반 시즌 4-1주차 산지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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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경 작성일24-03-10 14:05 조회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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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빌헬름 영어주역 일요반 시즌 4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참여자는 6분입니다. 저 포함 형진샘, 은정샘은 기존 멤버이고, 유리샘, 정영샘, 종은샘 이렇게 세 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은정샘은 세미나에 꾸준히 참여 중이신데, 직장생활 중에도 빠짐 없이 성실하게 준비해오시고 

무엇보다 주역을 내 일상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지 고민하시는 분이라 늘 소중한 도반입니다. 
새로오신 유리샘은 우리말보다 영어가 편하다고 하세요. 오늘 23번 산지박을 하는 시간인데 처음부터 산지박까지 읽어오셨데요! ㅎ 주역은 처음이라고 하셨지만, 영어의 본의를 살려서 벌써 해석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샘 덕분에 빌헬름의 주역을 더 생생하게 만날 것 같습니다.
정영샘은 시간 부자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소모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한숨을 돌리면서 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계시데요. 주역에 대해 늘 궁금했고 영어 읽기도 좋아하셔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역이 처음이라 걱정하셨는데 첫 시간 준비도 잘 해오셔서 앞으로는 걱정은 두고 가볍게 오심 좋겠습니다.
종은샘은 인문공간 세종 등에서 공부를 많이 하신 분입니다. 사서삼경도 읽으셨고! 영어 세미나도 꾸준히 하고 계시다고 해요. 오늘 첫번째로 접속하시고 너무 좋은 인상으로 인사해주셔서 더 반가웠습니다. 주역 공부 걱정도 하셨지만 주역의 포스, 매력들을  이미 충분히 느끼고 계셔서 재미있게 공부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23번 산지박입니다. 씨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석과불식’이 나오는 바로 그 괘이지요.

 
음효가 아래서부터 하나씩 차올라 세상을 꽉 채우고 있고, 마지막 잎새처럼 하나 남은 양효가 위태롭습니다. 
그러나 효사를 보면 알 수 있듯 마냥 절망적이지만은 않아요. 

 

 빌헬름은 산지박을 Splitting Apart라고 양이 서서히 갈라지고 쪼개지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The inferior, dark forces overcome what is superior and strong, not by direct means, but by undermining it gradually and imperceptibly, so that it finally collapses.

 

시기적으로는 10~11월. 잎이 다 떨어지고 곧 겨울이 들이닥치는 때입니다. 음이 모르는 사이에 점차적으로 자라 어느덧 세상을 잠식했습니다. 
이제 누구도 음의 득세를 막을 수 없고, 음들은 기여코 하나 남은 양을 없애려 합니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고민이 깊었을 텐데요, 괘사는 剝, 不利有攸往입니다. 

This suggests that one should submit to the bad time and remain quiet. For it is a question not of man's doing but of time conditions.


섣부르게 도모하지 말고 자연의 법칙인 상승과 후퇴, 가득참과 비워짐을 읽으며 고요히 머물라 합니다. 

무언가를 하는 것 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효사인데요, 산지박의 효사는 재미있는 은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침상과 물고기떼, 큰 과일입니다. 

 

(초효-육이-육사) 침상이 아래부터 손상되고 있음

 

Inferior people are on the rise and stealthily begin their destructive burrowing from below.


침상은 군자가 편히 쉬는 기반을 상징합니다. 침상의 다리에서 시작해 연결부위, 피부(혹은 침상의 요)까지 아래서부터 아무도 모르게 은밀한 침식이 시작됩니다.


특히 초효에서는 소인들이 군자를 해치는 방식, 첫 번째 단계가 나오는데, 바로 중상과 음모입니다(slander and intrigue).

군자가 어려움이나 장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굳건히 꾸준히 가는 사람(Those who persevere)이라면,

소인은 근거도 없이 그런 사람들을 헐뜯고 음해해서 그들을 방해하고 망치려 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섬뜩하기 그지 없네요. 

초효에서 이효, 사효로 음의 힘이 커질수록 양(군자)에게 입히는 피해도 커집니다. 그래서 효사도 모두 흉입니다. 

 

이 와중에 다른 선택을 하는 음효가 있습니다. 육삼, 육오가 그들인데요,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육삼) 음의 세력과 결별함 

 

An individual finds himself in an evil environment to which he is committed by external ties. But he has an inner relationship with a superior man, and through this he attains the stability to free himself from the way of the inferior people around him. 

 

육삼은 위아래 모두 음으로 둘러싸인 상황이나, 맨 위에 하나 남은 양효와 응하는 사이입니다(산지박의 유일한 응). 외부적인 조건으로는 음의 세력과 함께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누구와 함께해야 하는지를 잊지 않습니다. 

빌헬름은 육삼이 an inner relationship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유리샘이 an inner relationship에 대해 내면적인 지향성 같다고 하셨는데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육삼(음)와 상효(양)가 응이 되어 무도한 세력 중에서 한줄기 빛처럼 인간으로서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혜, 내면적인 믿음, 가치로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 당장 눈 앞에 힘이 되는 누군가가 없더라도 자기를 이끌어주는 비전이 있다면 세류에 휩쓸려 자신의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육오) 물고리를 한줄로 꿰어 이끌듯 현자를 따라 위기를 모면함

 

Here, in immediate proximity to the strong, light-giving principle at the top, the nature of the dark force undergoes a change. 

It no longer opposes the strong principle by means of intrigues but submits to its guidance.

 

침상의 비유가 주를 이루다가 '꿰어진 물고기(貫魚)'가 등장해서 좀 어리둥절하지요. 

그런데 물고기는 물에 사니까 그야말로 음을 상징하기도 하고, 예로부터 물고기는 아름다운 사람을 뜻하는 비유였다고 합니다. 

 

육오는 비록 음이지만 오효의 자리에 있어 균형감 있는 리더이고, 바로 위에 양효인 현자가 있는데 음의 유순한 성향으로 그를 기꺼이 따르고자 합니다. 

음의 리더로서 여러 음들을 이끌고 현자를 공손하게 따른다고 하여, 굴비처럼 반듯하게 물고기들이 꿰어진 모습에 비유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참으로 직관적이고, 쉽고, 절묘한 비유지요^^. 상황이 아무리 암울해도 light-giving principle at the top(맨위의 양효)을 찾아간다면 无不利합니다. 

 

(상육) 씨가 되어 다시 싹 틔울 희망, 석과불식

 

When misfortune has spent itself, better times return. The seed of the good remains, and it is just when the fruit falls to the ground that food sprouts anew from its seed.

 

주역의 이치대로 모든 것은 변합니다. 부정하고 사악한 힘들이 가득찬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그들 역시 쇠하고 다시 건강하고 굳건한 양이 자라납니다.

나무는 혹독한 추위에 잎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 중에서도 크고 튼실한 씨과일은 먹지 않고 보관합니다. 다가올 봄에 씨앗으로 쓰기 위함이지요. 

육효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내일을 준비하는 현자의 모습을 석과불식이라는 아름다운 비유로 말했습니다. 


세미나를 준비할 때 산지박이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하던 중 너무나 강렬한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Evil is not destructive to the good alone but inevitably destroys itself as well. 

For evil, which lives solely by negation, cannot continue to exist on its own strength alone.

 

상육의 나머지 효사 君子得輿, 小人剝廬를 풀이하며 이야기해주신 부분입니다. 

 

"악은 단지 선만을 헤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그들 자신을 파괴한다. 

왜냐하면 악은 오직 부정에 의해서만 살아가기에, 자기의 힘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때때로 무엇이 선한 것이고, 좋은 것인지 또 무엇이 해롭고 악한 것인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제 스스로는 아직 확실하게 정리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니체나 스피노자를 공부할 때 '능동적인 것,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선이라고 들었지요. 그런데 빌헬름의 두 문장을 보면서 악이라는 것은 그저 거울처럼 무엇에 기반해서만, 무엇의 부정으로만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능동성, 창조가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구요. 시간을 두고 더 생각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타자를 파괴하는 자는 결국 자신을 망치게 된다는 말이 크게 울립니다. 소인박려를 이제서야 이해한 기분입니다^^.

 

첫 시간을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시작해서 기분이 좋았구요, 주역과 영어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만나 또 즐거웠습니다~ 

영어주역을 꾸준하게 재미있게 해오신 은정샘의 말로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매주 출석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조금씩 읽어 봐요. 그만큼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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