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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 일요반] 융 서문 읽기-3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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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nowbird 작성일23-03-22 20:37 조회39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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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영어 서문 세미나 3주차 후기

처음 1,2주가 워밍업의 시간이었다면 이번 3주차는 처음으로 칼 융의 서문 읽기를 시작한 본 게임의 시간이었다. 주역이라는 안개 속 미지의 거인을 향해 우리는 칼 융이 닦아놓은 오솔길을 조심조심 서로 부축하고 손잡아 가며 90분 동안 걸어갔다.

융은 서문 초반에서 레게의 번역본에 대해 평가절하며 레게 자신이 한 말을 각주의 형태로 인용했는데 이 부분이 특히 어려워서 여러 샘들이 으쌰으쌰 달려들어 함께 해결을 하기도 했다. 융이 각주에서 인용한 레게의 말인즉슨 주역은 상징이고 상징은 시의 영역인데 우리에게는 주역이 케케묵은 헛소리로 들린다, 또 괘의 교훈이라는 게 왜 하필이면 작대기들의 마구잡이 조합으로 전달되어야 하는가등이었는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그렇게 레게 스스로가 주역에 대해 확신도 애정도 없었다면 번역은 왜 했을까? (혹시 융의 인용이 악마의 편집이었나?)

이어 등장한 문장에서는 일부 오타가 있어서 바로잡고 넘어갔는데 (~prejudices of the Western mind, itis~ ~prejudices of the Western mind. Itis~), 이게 오타임을 홍혜정 선생님이 당신의 빌헬름의 영어 번역본을 통해 확인해 주셨다.(이 분, 칼 융 전집도 갖고 계시던데, 칼 융 덕후이신 듯.)

다음은 우리가 함께 읽어나간 부분에 대한 간략한 정리글이다.

주역이 그동안 서구에서는 난해하거나 혹은 전혀 가치없는 주술모음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음.

빌헬름 이전에 유일한 번역본인 레게의 주역번역은 서구인들에게 주역이 가까워지도록 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함. “상징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시적이어야 하는데 역에 나오는 상징들은 너무 진부하고 퀘퀘묵어 보인다” “주역은 왜 굳이 작대기들의 뒤죽박죽 조합을 통해 교훈을 전달해야만 하는가.” (레게 번역본 중 레게 본인의 말)

반면에 빌헬름은 서구인들이 주역의 상징을 이해하도록 길을 열어 주었으며 충분히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주역의 철학을 제대로 공부한 점, 레게와 달리 주역점을 스스로 쳤다는 점 등에서.)

서구인들이 주역에 제대로 접근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가진 기존의 선입견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서구의 과학은 인과율을 기반으로 한다. 과학의 자연법칙이 엄격한 통제가 가능한 실험실에서 도출된 것인데 비해 실험실 밖의 현실은 너무도 많은 우연이 개입함으로써 법칙이 상정하는 인과관계대로 되는 상황이 오히려 예외일 정도이다.

주역에서 작동하고 있는 중국인의 마음은 이런 우연에 주목한다.

인간은 우연이 초래하는 고통과 위험을 줄이거나 맞서 싸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우연이 초래하는 현실의 결과에 비하면 실험실의 이론 따위는 너무도 창백하고 따분하다.

이론상 석영 결정체는 육각형이다. 그런데 현실의 석영 결정체가 육각형인 것은 맞지만 서로가 다 다른 육각형이다. 중국인은 현실의 이 서로 다른 육각형들에 주목한다. 즉 주역이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은 인과율이 아닌 우연이다.

서양인의 사고가 분류하고 범주화하고, 계량하고, 고립시키고 하는 반면에 중국인의 사고는 그 순간의 모든 것, 아주 세밀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 포괄한다. 따라서 동전을 던지든 시초 49개를 셈하든 그 순간의 디테일들이 서양인의 눈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그 순간에 속한 고유한 특성으로 보인다. 그것은 마치 와인 감별사가 와인을 잠깐 보고 그 산지와 연도 등을 알아맞히는 것, 혹은 골동전문가가 쓱 보기만 해도 지역과 제작자 등을 바로 알아맞히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서 역경은 만든 사람은 궤가 어떤 달력의 절기나 시계보다도 특정 순간을 더 잘 나타내는 인자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 주역도 감이당도 처음인 나, 그나마 귀동냥으로 들어 아는 건 칼 융밖에 없으면서 이 세미나에 덜컥 발을 들여놓았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는 진심이다. 지금으로서는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댓글목록

형진님의 댓글

형진 작성일

정성이 흠뻑 느껴지는 후기네요 ㅎㅎ... 간략한 내용 정리가 참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