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자리는 4원소(불, 흙, 공기, 물) 순환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하는 별자리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양, 황소, 쌍둥이, 게)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성장해가는 과정(사자, 처녀, 천칭, 전갈)을 거쳐 왔다. 사수자리부터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인생에서 얻은 지혜를 종합해 세상을 위해 펼치는 시간(사수, 염소, 물병, 물고기)이다. 사수자리는 불 에너지와 변화하는 에너지, 양의 에너지가 하나로 모였다. 불 별자리(양, 사자, 사수)는 열정적이고 따듯하고 활동적인 별자리다. 같은 불 별자리인 양자리가 어린이 에너지로 화염방사기 같은 강렬한 불이라면 사자자리는 청년의 에너지로 세상을 넓게 비추는 태양 같은 에너지다. 중년의 에너지인 사수자리는 변화하는 불로 새로운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캠프파이어 장면을 떠올려 보자. 쌓아놓은 장작더미에 불이 붙으면 사람들은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신나게 논다. 시간이 흐르고 맹렬하게 거침없이 타오르던 장작불이 잦아들면 잔잔한 모닥불이 어두운 밤을 밝힌다. 이제 사람들은 따듯함을 주는 모닥불 주변에 하나둘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타닥타닥 리듬감 있게 타들어 가는 소리와 불규칙하게 일렁이는 불빛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구경에 빠져든다. 모닥불은 스스로를 태우면서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한다.
세상에 불꽃처럼 신기한 것도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둡고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은근하면서도 활활 타오르며 사방으로 뿜어내는 열기는 그 자체로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에 안정을 준다.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가만히 불꽃을 보고 있으면 불꽃의 경계가 희미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닥불의 불꽃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을 보인다. 불은 주로 붉은색으로 표현되지만, 기본적으로 파란색이다. 불꽃은 온도가 낮을수록 붉은색을 띠지만 온도가 높을수록 푸른색을 띤다. 완전 연소 시에는 원래의 파란색 불만 남는다. 실질적으로 가장 뜨거운 게 파란 불꽃이다.
모닥불의 따듯한 온기는 빨간색 불빛이 아니라 아주 까만색에서 새어 나오는 푸른빛에서 나온다. 빨강이 열정과 용기의 색이라면 파랑은 차가운 이성과 지성의 색이다. 파랑은 여러 종교에서 하늘이나 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는 피부색이 파랑인데 이는 그의 고향이 하늘임을 의미한다. 비슈누 신은 우주의 질서와 인류를 보호하는 최고의 신으로 그 이름은 ‘이 세상에 널리 퍼지다’, ‘널리 두루 꽉 차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사수자리의 불은 정신적인 불, 즉 사상과 철학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수자리를 ‘철학자의 별자리’, ‘성직자(영적인 스승)의 별자리’, ‘이상주의 별자리’라고 한다. 전 세계의 가톨릭을 대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수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