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가 더디고 흐리멍덩해서 견딜 수가 없다. 불교를 만나면서 진리의 방향타를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일상의 판단은 오히려 주저하게 되고 모호해진 느낌이다. 공부의 의미는 일상에서 바른 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고, 그것이 곧 내 공부 발전의 가늠자일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현실 생활에서 진리에 가닿는, 바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아직도 그 바른 결정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무슨 공부를 어떻게 더 해야 그 경지에 갈 수 있는지, 절실하게 알고 싶어 답답하다.
나의 구도 공부는 아직 이런 질문과 답, 다시 질문이 오가는 단계다.
‘내 마음이 곧 부처이니 편착되지 않은 온전한 그 자성자리를 찾아라’
어떻게요?…
‘느낌과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이 일어났구나하고 알아 차려라. 탐심, 진심, 치심인 줄로 알아라…’
…그러면, 그러한 느낌과 감정을 알아차린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면
정말 최고의, 최선의 결정이 되는 겁니까?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결정입니까? 확실합니까?
나는 결정에 있어 우유부단하지는 않다. 책임지지 않으려고 자기 결정을 남에게 미루거나 자기 일을 여기저기 오랜 시간 묻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한심하다. 하지만 그게 또 내 모습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상사의 지시사항을 기준 삼아 나랑 생각이 같으면 그냥 하고 생각이 다르면 욕을 하면서 그냥 하면 되었다. 지금은 결정권이 내게 있는 상황인데, 모든 결정을 할 때 주변 상황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느낌이어서 직원들을 닦달하게 되고, 내가 하는 지금 이 결정이 정말 모두를 위해 최선의 결정인 것일까를 끝없이 생각하며 늘 불안해 한다. 물건을 살 때 지구 반대편까지 가격 비교를 마치고 포인트 돌려받을 것까지 고려해서 가장 싸게 산다고 확신이 드는 순간까지 쇼핑사이트를 떠나지 못하고 눈이 퀭해져 있는 것과 같다. 더군다나 인생이나 업무의 결정에는 가격 비교로 똑 떨어지는 그 확신의 순간도 없다. 내 결정의 여파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연구해 놓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것 같은 불안감. 누군가 내게 이게 맞다고, 이게 최선이라고 점을 찍어주길 바란다. 내가 나의 자유의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