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치셨네요. 음… 골절입니다. 정형외과 의사가 안쓰러운 눈길을 주며 말했다. 제발 금 간 정도이길 바랬는데 여지없이 오른손 바닥 뼈가 부러진 것이다. 당뇨가 있다고 하니 그러면 뼈가 더 약해졌을 수가 있다고 한다. 거기에 갱년기 증상인 골다공증도 진행 중이었을 거다.
발단은 데이비드 봄의 다큐멘터리를 유튜브로 보던 중 남편의 장난질에 격하게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질을 한 것이다. 물론 그간 쌓여온 것이 욱하는 성질을 못 견디고 가장 만만한 남편에게 터져 나온 것이다. 시댁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남편이 주말에 자주 시아버지 목욕도 시켜드리고 시어머니와 장도 보고 하면서 우리 집의 집안일은 나몰라라하며 웹툰에만 빠져 있는 게 불만이었다. 거기에다 신학기엔 수업시수가 늘어나고 학생들도 거친 놈들이 많아 3월은 매일이 전쟁이었다. 그리고 올해 마음공부를 위해 시작한 온라인 영성 공부는 알 듯 말듯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과 알아도 선뜻 실천하기 힘든 부분들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체한 듯한 갑갑함에 눌려 있다 나도 모르게 악다구니를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시 욱해서 유리컵을 쾅 내려놓다가 오른손 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었고, 역시 욱해서 장롱 문을 확 열다가 장롱 높은 곳에 두었던 물먹는 하마가 떨어져 왼발 네 번째 발가락이 골절되었었다. 이건 명백한 윤회다. 기브스를 감고 있는 손이 불편하긴 한데 낯설지가 않다.
당뇨는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래. 약사인 친구가 언젠가 말해주었다.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며 불쾌해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싫어 스트레스가 쌓이면 단 것에 의존해 혼자 해소해 왔고 거기에다 조급한 성격으로 자주 불안해지다 보면 욱하며 탁한 에너지를 빅뱅처럼 한 번에 방출해 버리곤 했던 것이다. 이런 자해의 패턴은 결코 건강한 것이 아니다. 차가운 수술실에서 받은 분쇄골절 핀박기 수술과 6주의 기브스, 물리치료 그리고 일할 때 왼손의 수고로움 등등 예기치 못했던 불편함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