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에세이] 나 자신의 인류학자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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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완 작성일25-04-02 08:06 조회62회 댓글0건본문
종교인류학 1학기 에세이 쓰기
나 자신의 인류학자 되기
내 안의 신성을 찾아 떠나는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번 여정의 참고 도서는 스티븐 미슨의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과 나카자와 신이치의 '신의 발명'이었다.
인류학자 스티븐 미슨은 인간의 진화를 음악과 언어의 진화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은 다른 유인원들처럼 뒤뚱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허리를 펴고 직립 보행을 한다.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의 숲에서 살다 보니 이 놀라운 능력을 너무 얕보고 있었나 보다. 직립 보행의 자세로 인해 진화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여 호모 사피엔스의 몸과 마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다양한 발음이 가능한 성대와 후두의 위치가 자리 잡았고 몸의 여러 근육들을 리드믹컬하게 적절히 써야만 자모음의 발성과 걷기가 되고 음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보행에 리듬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사피엔스에게 음악은 내재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내 안의 신성을 찾는 여정에서 고고학적 사실들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물음을 잠시 접어두고 두 번째 책, 신의 발명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하자. 신성을 찾기 전에 먼저 신부터 찾아야하니까.
처음에는 내 안에 신성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신의 발명(나카자와 신이치 지음)이라는 책을 읽기 전 생각이다. 유일신(GOD)의 개념으로서의 신성을 먼저 떠올렸기 때문인 듯 싶다. 신성이라면 나를 가두는 틀처럼 느껴져서 내 안의 신성을 찾아보고 싶지 않았었다. 내 밖에 초월적인 신성이 따로 있어서 그 중에 일부를 내 안으로 들여와야 하는 무엇이라고 막연히 생각한 모양이다. 유일신이 우리 곁에 머문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신들, 즉 스피리트들부터 찾아나서 본다.
'신이 여기저기에 있다'는 스피리트적 사고로 우선 내 기억 속을 둘러본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시간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림 동화와 만화책에는 언제나 스피리트들이 숨어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주문을 외우면 사라지기도 하고 동식물이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고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 도움을 주거나 심술을 부리기도 하는 여러 종류의 요정과 도깨비, 괴물과 귀신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새로운 책에는 무엇이 등장할지 책을 펴기 전부터 이미 두근거린다. 나카자와 신이치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면서 우리의 동심에는, 그리고 인류의 동심인 초기 인류에게 스피리트는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신들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나의 주변에 있는 스피리트는 무엇일까?
우선 내 곁에는 항상 수많은 죽은 자들이 놓여 있다. 책은 이미 죽은지 오래되어 무덤 속에 있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시공간을 뛰어 넘을 뿐 아니라 죽음마저 방해 할 수 없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최근 다시 읽고 있는 책, 천일야화에는 수많은 종류의 요괴들이 등장한다. 인간을 먹는 요괴, 외눈박이 거인, 거미 인간 등등 어른들의 세계에도 어디에나 스피리트들이 우글거린다.
미술은 또 하나의 책이다. 언어가 없었을 인류 초기의 벽화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마술적인 힘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 동물들에게 스피리트가 있음은 물론이고 그림 역시 스피리트가 살아 있는 장소이겠다.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펴 본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때 문득 창 밖에 있는 나무에게 깊은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다. 앙상한 가지를 뻗은 겨울 나무가 그 자리에 아주 오랫동안 서 있었다는 사실을, 혼자라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에 인간은 아니지만 무엇(일어로는 모노)인가 늘 곁에 있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 여정의 첫번째 책,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스티븐 미슨 지음)을 읽으면서 나를 찾아 가는 길이 과거로 더 더 멀어졌다. 내 안에 흐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저 '나'의 기억을 더듬어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 안에 엄청난 과거가 들어있음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언어가 없었을 그 시기에 이미 노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다소 흥분시켰다. 도처에 소리와 음악에 둘러 싸여 있음에도 그 사실을 이제야 눈치채다니. 음악이 내 삶의 일부임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 안에 흐르고 있는 사피엔스의 먼 기억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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