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종교사상사] 3장 메소포타미아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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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완 작성일25-04-22 11:19 조회64회 댓글0건본문
신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에 이르는 기간은 종교사상의 역사와 문명사가 일체를 이루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모든 기술적 발견이나 경제적, 사회적 변혁은 종교적 의미와 가치에 의해 뒷받침되어 있는 것 같다. 고고학적 자료들은 우리에게 그 시기의 종교 생활과 종교사상의 단편적인, 요컨대 불완전한 시각을 제공한다. 작은 여신상 또는 폭풍신상(황소 및 우두의 형상으로 나타난다)이 보여주는 사자 숭배나 풍요 제의, 식물의 신비와 관련된 신앙과 의례, 탄생-재생(통과의례)의 동일성을 함축하는 여성-흙-식물의 동일시, 사후의 영속에 대한 희망, 세계의 중심에 관한 상징을 포함하는 우주론, 또는 거주 공간을 세계의 형상으로 보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하 세계의 풍요성과 생명-죽음-사후의 순환 관념을 둘러싼 종교 표현이 얼마나 복잡하고 풍부한지 이해하기 위해서 현재 존재하는 원시 경작민 사회 고찰이 도움이 된다.
마제석기의 신화는 금속기의 신화에 의해 계승되었다. 철은 황금만큼이나 희소가치가 있었고 주로 의례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 철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된 것은 지상에 드러난 철광을 제련하는 야금술의 발전 덕분이었다. 이 사실은 중대한 종교적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부터 사람들은 운석이 내재하는 천공의 신성성과 더불어 광산이나 광물이 지니고 있는 대지의 신성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세계 어디에서나 광부는 정결, 단식, 명상, 기도, 그리고 제의를 포함하는 의례들을 행한다. 광부와 야금술사, 대장장이의 직업을 둘러싸고 형성된 이러한 관념과 신앙은 석기시대부터 전수된 도구를 만드는 인간에 관한 신화들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자연을 변화시키는 책임을 떠맡으면서 인간이 시간을 대신하게 되었다.
신들의 변천사와 인간 세계의 변화
3장에서는 세계의 창조와 신들이 인간을 창조하는 신화들을 통해 세계와 신들도 변화를 겪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오래된(낡은) 신들은 죽음을 맞이하고 새로운 신들이 등장한다. 인간 세계의 변화에 따라 신들도 변화하는 것이다.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된다"는 동양학자 크레이머가 쓴 책의 제목이다. 크레이머는 이 책에서 인간의 종교제도, 종교적 기법, 종교적 개념과 관련된 수많은 최초의 지식들이 수메르 텍스트들에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수메르어로 된 오래된 문헌들에는 위대한 세 주신이 있다. 안An은 하늘의 신, 대기 혹은 태산의 신 엔릴En-lil 그리고 초석의 신이며 활동적이고 현실적인 신 엔키En-ki가 있다. 복잡한 신화의 내용은 책을 참조하기 바란다(97~98페이지). 신화에서 놀라운 것은 신들도 죽을 수 있다는 유한성이 선언되는 신화론적 맥락이다. 새로운 왕조의 시작으로 도시를 옮기게 되면 이전의 신은 힘이 약해지거나 죽임을 당하고 새로운 신이 나타난다.
인간의 기원을 설명하는 네가지 기원 중에 두 개의 수메르 전승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은 신적 원질을 부여받고 있다. 즉 생먕의 입김은 엔키 신으로부터, 피는 라그마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것은 신의 존재 양식과 인간의 조건 사이에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먹고 입는 신들을 위해 창조되었다. 제의는 신들에 대한 봉사라고 여겨졌다. 희생 제의는 주로 공물과 존경의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고 도시 주민 전체가 참가하는 큰 축제-신년 축제나 신전 축성제-는 우주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주의 질서는 계속해서 혼란에 빠진다. 혼란은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는 큰 뱀에 의해 초래되거나 인간의 범죄, 과오, 실수에 의해 초래된다. 이러한 세계는 신년 축제에 의해 주기적으로 재생된다. 즉 '재창조'되는 것이다. 신년 축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전의 건축이었다. 신의 궁전은 세계의 형상이기 때문에 신전의 건축은 곧 우주 창조의 반복이었다. 이런 신앙에 의한 고대의 존재론에서 인간의 행위는 신적 존재들에 의해 계시된 행위의 반복(모방)에 불과했다.
다수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홍수 신화는 우주의 리듬의 일부를 형성하는 것 같다. 타락한 인간이 살던 낡은 세계가 가라앉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새로운 세계가 혼돈의 바다에서 출현한다는 것이다.
수메르에는 주신 이외에 세 천체신 난나-수엔(달), 우투(태양), 그리고 금성의 여신이자 사랑의 여신이 이난나가 있다. 달의 신과 태양신은 바빌론 시대에 절정에 이르고 아카드의 이슈타르와 동일시 되는 이난나 여신은 사랑과 전쟁,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관장하는 충만한 힘의 신이다. 양치기 두무지와 결혼한 위대한 하늘 왕국의 지배자인 이난나는 지하 세계까지 통치하고 싶어해 지하 세계로 내려간다. 신화의 내용은 여러가지 판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이 신화는 에레슈키갈이 지배하는 지하왕국을 정복하고자 했던, 즉 죽음을 파괴하려고 했던 사랑과 풍요의 여신의 실패에 대해 말한다. 그 결과 신들 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수메르의 신전 도시들은 BC 약 2375년에 움마의 군주였던 루갈자기시에 의해 통합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제국이라는 개념이 최초로 나타난 것이다. 약 1세기 후 아카드의 왕 사르곤이 재통일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1세기 후에는 야만족의 침입을 받는 등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는 이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신전국가가 도시국가로, 그런 다음 왕국으로 이행하는 것은 근동 역사에서 중요한 현상이었다. 수메르의 언어는 BC 2000년경부터 이미 일상어로는 사용되지 않게 되었으나 그 이후 1500년에 걸쳐 전례 언어 및 기능 언어로서 기능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메르의 종교적 보수주의는 아카드의 종교적 구조 속에 계승되었다. 신들의 명칭 일부-엔릴이 마르둑으로 바뀜-의 변화외에는 신전의 규모와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본질작인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셈족의 종교적 천재성은 이전의 종교 구조에 커다란 공헌을 한다. 두 국가신, 바빌로니아의 마르둑이나 아시리아의 아수르가 보편신의 위치로 승격되고 개인의 기도 및 참회의 시가가 제의에서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아카드 종교사상의 또 다른 창작물은 점술이다. 주술과 비의학(특히 점성술)이 크게 발전한다.
우주의 창조시, '에누마 에리쉬'는 '길가메시 서사시'롸 함께 아카드 종교위 가장 중요한 창조물이다. 그 장대함이나 극적 긴장감, 나아가 신들의 계보와 우주 창조 및 인간 창조를 연결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있어서 그것과 비견될 수 있는 것은 수메르 문학 안에 없다. '에누마 엘리쉬'는 마르둑을 찬미하기 위해 세계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통적인 신화적 주제를 이용하면서 다소 우울한 우주 창조론과 비관적인 인간론을 보여준다. 젊은 승자인 마르둑을 찬미하기 위해 원초적 시대의 신들에게 여러가지 악마적 평가가 내려진다. 따라서 원초적 여신의 몸에서 창조된 우주는 이중성을 갖는다. 즉 우주는 전적으로 악마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양면적인 성질을 가진 질료와 마르둑이 창조했기 때문에 신적인 형상으로 구성된다. 세계는 한편으로 혼돈하고 악마적인 원초성을 가진 요소와 다른 한편으로는 신의 창조성과 현재성 그리고 지혜를 가진 요소의 혼합물이다.
바빌로니아에서는 신년 축제의 네 번째 날에 신전에서 '에누마 엘리쉬' 를 암송했다. 신년 축제의 중요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마르둑이 포로로 잡히는 것에 대한 왕의 속죄일 (2) 마르둑의 해방 (3) 의례적 전투와 승리의 행진, 왕이 행렬의 선두에 서서 향연이 열리는 신년 축제의 집을 향해 걸어간다 (4) 여신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창녀와 왕의 결혼식 (5) 신들이 내리는 운명의 결정.
메소포타미아의 왕은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 사이의 중개자로서, 신과 인간이라는 두 존재 양태 사이의 의례적 합일을 실현했다. 왕이 비유적으로 생명과 풍요의 창조자로 여겨지는것은 이러한 이중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들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조건을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 우륵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조차도 불사성을 얻으려 했지만 결국에는 실패한다.
길가메시의 여행은 통과의례적 형태의 시련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신화들을 통해 우리는 메소포타미아에 통과의례가 존재했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것의 의례적 맥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아카드의 종교사상이 인간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인간과 신 사이의 거리는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홀로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인간은 신적이라고 여겨지는 영적 요소, 즉 정신을 신들과 공유한다. 둘째, 기도와 의례를 통해 인간은 여러 신들의 축복을 기대한다.
아카드 시대에 발달한 점술들은 미래를 예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점술의 다양한 기법은 모두 기호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으며, 그 기호 안에 숨어 있는 의미는 전통적인 규칙에 따라 해석되었다. 세계는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법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BC 1500년 무렵이 되면, 메소포타미아 사상의 창조적 시대는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문화의 영향력은 계속되고 점차 강해져갔다.
2025년 4월 23일,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수천년 전, 먼 나라의 역사와 사상을 읽어나가는 기분이 매우 묘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인류의 여정은 오래되었고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과 답이 없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인류의 사상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종교 의례는 개인과는 먼, 나에게는 의미없는 무엇이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가장 먼 곳에서 내가 가져왔던 의문들이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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