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발명』 서장 발제 / 인간 내부의 스피리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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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임 작성일25-03-10 20:04 조회24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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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부의 스피리트를 찾아서
스피리트?
『신의 발명』 저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책의 머리말에서 ‘스피리트 Spirit’는 매우 다양한 명칭과 형태로 모든 인간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사전을 찾아봐도 저자가 말하는 스피리트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단 저자가 설명한 내용을 통해 실마리를 잡아 보자. 스피리트의 활동으로 우리는 초월성을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은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사이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기묘한 물질성(materiality)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를 스피리트들의 예로 들었다. 그러면 ‘모모노케 히메’의 사슴 신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온천을 방문하는 신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듯하다. 일본은 스피리트의 존재들이 다종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도깨비, 산신령, 용왕, 칠성신(북두칠성을 의인화한 신령), 삼신할미, 성주신, 터주대감, 조왕신 등이 스피리트에 해당하는 것 같다.
두 종류의 신(神)
1. God의 번역어 : 주로 유럽의 크리스트교 문명에서 발달한 ‘초월자’의 개념이다. 이 신은 인간으로부터도 그리고 다른 신들로부터도 초월해 있는 존재로 간주 된다. 인간이 감각을 통해 파악하고 사고를 통해 인식하고 행위를 통해 만드는 세계의 모든 것으로부터 초월해 있으며, 그 세계를 창조하고 거기에 질서를 부여한다. 이 신은 감각으로부터도 초월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미지로서 파악할 수도 없으며, 본래 그 형상을 묘사할 수도 없을 정도로 고도의 추상성을 가진 존재다. 또한 이 신은 모든 정령精靈들을 포함한 스피리트들을 초월해 있다. 그래서 크리스트교 안에서 성령Sanct Spiritus으로서 자리 잡은 동료를 제외하고는, 일신교의 체제 밖으로 내몰려 배제나 억압을 받는 경우가 많다.
2. 스피리트로서의 신 : 자연현상과 결합 된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태양의 신, 달의 신, 물의 신, 불의 신 등, 삼라만상에 대부분 신이 깃들어 있다. 현재 일본에 있는 이나리 신사(곡식의 신을 모시는 신사)에는 여우의 신이 모셔져 있고, 뱀을 모시는 신사도 많다. 본래 이런 신들은 정령과 유사한 성질의 것이었는데, 점차 다듬어져 지금 남아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스피리트 세계와의 밀접한 관계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초월적인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신과는 달리 인간의 감각이나 사고가 만드는 세계 밖으로 완전히 초월해 버리거나 하지 않는다. 저자는 스피리트에서 신이 발생하게 되는 과정을 이 책에서 재현하려 한다.
스피리트에서 이탈한 신, 일신교
이제까지 많은 인류학자와 종교학자들은 스피리트가 신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해 왔다. 자연의 만물에 생명이나 영력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 애니미즘 단계에서 마침내 인격을 가진 신에 대한 관념이 탄생했다는 식으로, 신의 발생을 단계적인 진화의 프로세스로 이해하고자 해왔던 셈이다. 그러나 이 사고의 난점은 애니미즘의 사고가 지배적이던 사회에서 유일신으로 착각할 만한 신에 대한 사고가 공존하는 경우를 적잖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시점을 전환해서 스피리트에서 신이 이탈한 일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그 과정에서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진화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기본 생각으로 세우고 일신교가 시도한 이탈의 모험이 예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밝히려 한다.
국가의 발생과 신의 발명은 진화도 필연도 아니다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2권 『곰에서 왕으로』에서 수장首長에서 왕으로의 변모는 사회 진화의 필연이 아니며, 왕과 국가가 출현해도 좋을 모든 여건이 갖추어져 있는 사회에서도 현명한 수장들은 자진해서 왕과 같은 존재가 되려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스피리트들 중에도 언제 유일신으로 변신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매우 훌륭한 스피리트(Great Spirit)가 있었지만, 그들은 스피리트들의 그룹에서 이탈해 초월자의 위치로 진출하기를 거부해 왔고, 스피리트들의 왕이 되려고 하지 않았고 한다.
저자는 국가의 발생과 신의 발명은 내면에서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때 인류의 사고 내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진화도 필연도 아니라면 무엇이 신의 출현을 유도한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지금까지는 철학이나 과학을 빌어 신의 본질을 해명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어 왔지만 ‘스피리트의 사고’에 의해 내면으로부터 신의 비밀을 밝히려는 시도는 없었다며 이 책의 주제를 ‘스피리트가 밝히는 신의 비밀’로 삼는다.
증식의 중공中空 공간
스피리트와 스피리트가 사는 공간의 중요한 특징
1. 평소에는 사방이 막힌 공간에 틀어박혀 있다. 동굴이나 사당祠堂, 혹은 바위틈새나 숲속의 나무에 파인 구멍과 같이 밝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밀폐공간을 선호하는 듯하다. 인간의 사고나 의지가 미치지 않는 장소를 활동 영역으로 삼고 있다.
2. 스피리트가 거처로 삼는 중공 공간은 다양한 형태의 ‘증식’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부나 식량처럼 가치 있는 것의 발생지로 일본 동북 지방에는 재산이 많은 집의 안방에 그 집에 호의를 갖고 있는 동자 모습의 스피리트가 머무는 동안은 부가 유지되지만, 기분을 상하게 해 가버리면 몰락이 시작된다는 믿음이 전해져 내려온다.
스피리트는 인간의 사고나 의지나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실’ 세계에서는 멀리 떨어져 닫힌 공간 속에 숨어 지내지만, ‘현실’과 완전히 차단되거나 격리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밀폐된 공감을 덮고 있는 얇은 막 같은 것을 통해 출입을 반복하고 있다. 그 막이 있는 장소에서 스피리트의 힘이 ‘현실’ 세계와 접촉할 때, 물질적인 부나 행복의 ‘증식’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부 다양한 형태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완전히 이쪽 세계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저쪽 세계로 분리되어 버린 것도 아닌 ‘경계’를 통해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인간 내부의 스피리트를 찾아서
인간 내부의 자연에 스피리트가 어떤 식으로 서식하고 있는지, 즉 그 생태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인간 내부의 자연, 그것은 뇌 안에 있다. 동굴이나 바위 뒤, 수목이나 안방에 서식하던 스피리트들을 우리는 자신의 뇌 안의 특수한 장소에서 재발견하기 위해, 마음의 밑바닥을 향해 뛰어내리는 용기 있는 잠수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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