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정리문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동엽 작성일25-06-03 21:54 조회27회 댓글0건본문
수성/ 정리문2/ 이동엽/ 2025.6.4
순수 지성개념들의 연역
지금까지의 논의
칸트는 『순수이성 비판』의 예습 성격의 짧은 책 『형이상학 서설』에서 자신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당신이 만약 형이상학에 종사하는 것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잠시 그동안의 공부를 중지하고 이렇게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과연 형이상학과 같은 어떤 것이 도무지 가능하기라도 한 것인가?”(『형이상학 서설』, 백종현 역, 아카넷, 104p). 『서설』에서 칸트는 이 질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독자들에게 확신시키는 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에 앞서 이 질문은 칸트가 본인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순수이성 비판』은 본인 자신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선 지난한 여정의 기록이자 분투의 산물이다.
이 질문에 대한 칸트의 대답은 ‘그렇다’인데 그 근거를 그는 선험적(a priori)형식의 존재에서 찾는다. 인식에는 두 가지 원천이 있는데 하나는 감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성이다. 감성은 마음의 수용성이고 지성은 인식의 자발성이다. 감성은 직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능력이고 지성은 개념을 통해 사고하는 능력이다. 이 둘은 철저하게 다른 것으로써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다. 지성은 아무것도 직관할 수 없고 감성은 아무것도 사고할 수 없다. 따라서 양자에는 각각 다른 선험적 형식이 있다. 감성에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조건이 있어 보편성과 필연성이 도출될 수 있고 지성에서는 ‘범주’라는 조건이 있어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로써 형이상학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 칸트의 주장이다. 즉 그는 ‘시공간’과 ‘범주’의 발견을 통해 위에 언급한 근본 질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범주들의 발견 작업
초월적 감성학에서 공간과 시간이라는 순수직관 형식을 다루었다. 이어지는 초월적 논리학에서는 지성이라는 원천과 범주라는 개념을 다룬다. 초월적 논리학은 내용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사고의 논리적 형식만을 다루는 일반 논리학과 달리 인식의 모든 내용을 도외시하지 않는 논리학이다. 따라서 초월적 논리학에서는 순수한 표상과 경험적 표상의 구분이 가능해지고 표상의 출처를 따지기 때문에 인식의 근원도 다룰 수 있다. 즉 초월 논리학은 “순수 지성 인식들의 근원과 범위와 객관적 타당성을 규정하는 학문”이다.(『순수이성 비판』, 백종현 역, 아카넷, 278p)
초월적 논리학은 선험적인 전체 인식을 순수 지성 인식의 요소들로 분해하는 작업인 초월적 분석학과 순수 지성 인식의 사용이 경험의 한계 너머까지도 적용되는 월권을 비판하는 초월적 변증학으로 나뉘는데 전자에서는 범주, 즉 순수지성 개념을 다룬다. 범주는 경험적이 아닌 순수한 개념들로서 직관이 아니고 사고와 지성에 속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파생된 것이 아니어야 하고 개념들의 표는 완벽하고 지성의 전 영역을 아울러야 한다.(같은책 285p)
칸트는 그때그때 우연히 모으는 “기계적 수행방식”으로 범주들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성의 완벽한 체계와 일관된 ‘원리’에 따라 범주들을 도출했다. 지성은 “개념들에 의한 인식”인데 개념들은 서로 다른 표상들을 하나의 공통적인 표상 아래서 정돈하는 기능을 한다, 이 기능을 판단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성은 판단하는 능력이다.
칸트는 우리의 판단에서 사고의 기능을 네 항으로 나누고 각 네 항이 세 개씩의 판단의 양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양’의 판단들에는 전칭/특칭/단칭 판단이 있고 ‘질’의 판단들에는 긍정/부정/무한 판단이 있다. 그리고 ‘관계’의 판단들에는 정언/가언/선언 판단이 있고 ‘양태’와 관련한 판단들에는 미정/확정/명증 판단이 있다. 그리고 이 판단표를 통해서 12개의 범주들을 도출한다. 양의 범주들에는 단일성/다수성/전체성이 있고 질의 범주들에는 실재성/부정성/제한성이 있다. 그리고 관계의 범주들에는 내속성/원인성/상호성이 있고 양상의 범주들에는 가능성/현존성/필연성이 있다.
인식의 세가지 원천
인식을 위해서는 감성에 주어진 직관의 잡다를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잡다를 일정한 방식으로 통관하고 그 잡다함을 한 인식에서 파악하는 활동을 종합이라고 하는데 인식은 총 3가지 종합의 결합으로 가능하다.
첫째는 ‘직관에서의 포착의 종합’으로 이것은 잡다에서 직관의 통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선 그 잡다를 일별하고 다음에 그것을 통괄하는 작용을 말한다. 모든 표상들은 내감에 속하는 것이며 시간에 종속한다. 따라서 만약 마음이 시간에 따라서 인상들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잡다들은 한 표상안에 함유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상상에서 재생의 종합’으로 이는 대상의 현전 없이도 표상들 가운데 하나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마음의 다른 하나로 이행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직선을 생각 속에서 긋는다고 할 때 후속하는 점들을 그어나가면서 선행하는 점들을 상상력으로 재생하지 못한다면 하나의 표상은 결코 생길 수 없다. 따라서 포착의 종합은 재생의 종합과 불가분 결합 되어 있다.
셋째는 ‘개념에서 인지의 종합’이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조금 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동일하다는 의식’이 없다면 표상들의 재생은 쓸모가 없을 것이다. 잡다는 오로지 이 ‘한 의식’을 통해서만 통일성을 획득할 수 있다. 하나의 의식은 잡다를, 즉 직관되어 순차로 재생된 것을 하나의 표상으로 통일하는 것이며 이는 보편 표상, 즉 공통 징표에 의한 표상이라는 개념의 정의와 일치한다. 하나의 의식 없이는 개념들 그리고 대상들에 대한 인식도 불가능한 것이다.
초월적 통각
칸트가 말하는 ‘연역’이란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와 달리 법적 용어다. 이것은 사실 문제가 아니라 권한의 유무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일종에 입증책임으로 순수 지성개념의 필연성과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을 말한다. 칸트는 순수 지성개념의 연역의 근거가 초월적 통각, 즉 ‘나는 사고한다’는 자기 의식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시공간이라는 선험적 형식을 거친 직관을 통해 인식하므로 바깥의 대상들 그 자체는 알 수 없고 오직 현상들, 즉 감각적 표상들만을 알 수 있다. 칸트는 대상들 그 자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에서 대상=X라고 했다. 인식이란 한 대상과 관계 맺음이고 이 관계 맺음은 반드시 대상과 서로 ‘합치’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그 대상과 일치하는 하나의 개념을 형성하는 통일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대상=X는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따라서 저 대상이 이루는 필연적 통일성은 잡다의 종합에서 ‘의식의 형식적 통일성’이며 이 종합적 통일성의 성취가 곧 ‘대상을 인식한다’라는 말의 의미이다.
개념은 이 통일에서 규칙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물체라는 개념은 반드시 연장성, 불가침투성, 형태라는 표상을 필연적으로 포함하는 것과 같다. 모든 필연성에는 항상 초월적인 조건이 기초에 놓여있다. 따라서 경험의 모든 대상들의 종합에서 의식의 통일이라는 초월적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근원적 조건이 바로 ‘초월적 통각’이다. 그리고 초월적 통각은 단 하나이며 이 수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경험적이 아니라 선험적이다. 곧 순수하고 근원적이고 변화 없는 의식이 초월적 통각이다.
초월적 법칙의 도출
앞서 대상=X는 우리가 직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의 논의를 통해 대상=X가 그 이면에 숨겨진 효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동일성에 대한 근원적이고 필연적인 의식은 아주 희미한 것으로 인식하기 힘든 것인데 바로 이 대상=X가 이 초월적 통각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초월적 통각을 통해 우리는 모든 경험적 개념들에서 도대체가 하나의 대상과의 관계맺음, 즉 “객관적 실재성”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의 통일은 선험적이고 필연적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모든 현상들은 그 현상들의 종합적 통일의 선험적 규칙들에 종속해야 한다는 초월적 법칙이 도출된다. 이는 어떤 인식이라도 통각의 이 필연적 통일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통일은 개념들, 즉 순수 지성개념들에 따라 종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초월적 법칙은 이렇게 달리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인식들은 순수 지성개념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이로써 순수 지성개념들은 연역되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