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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 비판』정리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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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혜진 작성일25-04-01 20:09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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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문/수성/202542/이혜진

 

개념의 감성화, 직관의 지성화

 

   독립적인 실체로서 바깥에 어떤 대상이 있다고 가정해 볼 때, 우리의 인식은 이 대상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는가? 만일 대상이 우리에게 반영된다면, 대상과 인식의 일치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인간은 외부 대상에 의해 속을 수는 있지만 그 대상을 의심할 때의 생각하는 존재의 실재성은 자명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혹은 전지전능한 신의 변형태로서의 우리 인간의 앎과 활동은 신과 마찬가지로 평행하다!’ 이처럼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와 같은 합리론자들은 인식의 보편성을 증명해 내기 위해 혁신적인 명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대상과 표상의 일치 문제를 증명하기 위해 이들에게는 여전히 기만하지 않는 신이나 절대적 능력의 신이 필요했다. 즉 이들의 논법에서도 신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인식의 필연성은 성립될 수 없었다. 여기에서는 경험론도 예외가 아니다. 신이나 실체와 같은 선험적인 관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관념은 경험과 지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하는 로크에게서도 인간에게 관념 이외에 직접 사물을 대면할 방법이 주어지지 않는 한 여전히 대상과 관념의 일치 여부는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륙의 합리론이든 영국의 경험론이든 어떤 철학도 인식의 객관성에 대한 문제를 명쾌하게 해명해 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신 없이 우리 인식의 진실성을 증명할 길은 없는가?

   근대 철학의 한계를 넘어선 철학자 칸트. 그는 대상과 인식의 일치 문제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함으로써 신 없이 철학적 진리의 보편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예정조화평행론을 대동하면서까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기어코 증명해내고자 했던 기존 철학과는 달리, 칸트 철학은 대상과 인식의 일치 문제를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에서 빗겨 나 있으며, 기존의 사유를 전복시킴으로써 전제 자체를 새롭게 사유해낸다. 대상에 인식이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인식에 종속된다는 것! 흡사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이 칸트에게도 일어난 것인데, ‘반영하는 주관에서 대상을 구성하는 주관으로의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경험이 아닌 우리의 정신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을 선험적 인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소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 불리는,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웠던 그의 철학에서는 대상 자체가 아닌 그 대상이 주어질 때 인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주 관심사로 부상했고, 따라서 칸트는 인간의 인식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인 작업들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매우 정교하게 분석한다.

 

칸트의 초월론적철학

   우리의 인식에는 감성과 지성이라는 두 가지 원천이 있다. 우리에게 외부 정보가 최초로 들어오는 곳은 감성이며 이렇게 들어온 정보는 지성에 의해 가공된다. “전자를 통해 우리에게 대상들이 주어지고, 반면에 후자를 통해 사고된다.” 감성과 지성 각각이 수행하고 있는 규칙들에 대해 칸트는 초월적 감성학초월적 논리학에서 상세하게 다루는데, 그의 감성학과 논리학을 살펴보기에 앞서 여기에서는 먼저 초월적이라는 용어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인간 인식의 메커니즘에 관한 사유에 있어서 칸트의 무게중심은 경험 바깥의 세계가 아닌 그 세계를 처리하는 우리의 인식 자체, 다시 말해 대상 이전에 대상의 구성을 위해 활동하는 우리의 선험적인 인식 자체에 있다. 따라서 칸트의 초월론 철학에서의 초월적’(transcendental)이란 세계 초월적을 이야기할 때의 초월적’(transcendent)인 것과는 구별된다. 이것은 칸트가 자신의 비판철학을 개진하면서 사용한 일종의 방법론 상의 용어로서, 그에 따르면 우리의 인식은 대상에 종속되지 않을뿐더러 여기에는 특별한 선험적 영역도 존재한다. 칸트는 대상들이 아니라 대상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 방식을 이것이 선험적으로(a priori) 가능하다고 하는 한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모든 인식을 초월적(transcendenrtal)이라고부른다. 즉 초월론 철학이란 선험적인 영역을 대상으로 하거나 이를 다루는 철학으로서, 여기에서는 대상들을 인식하는 우리의 선험적 조건이나 대상들을 인식 가능하게 하는 주관의 선험적 능력을 탐구한다.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이 현존하며 그렇지 않은가를 가르쳐 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러해야만 하며 다르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칸트의 초월론 철학은 경험이란 우리의 지성이 산출해내기 위해 필요한 최초의 원재료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보편성과 필연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경험으로부터 독립하여 그 자체로 확실한 보편적 인식들을 탐구한다. 인식의 보편성을 확보할 수단을 경험 이외의 선험적 영역에서 찾는다는 바로 이 지점이 칸트의 초월론 철학이 합리론, 경험론 등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초월적 감성학과 초월적 논리학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성과 지성은 인간 인식의 두 원천이다. 우리 인식에 대상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감성(sensibility)이 필요하다. 감성이란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시공간이라는 직관의 형식에 의해 포착된 표상(representation)들을 얻는 능력으로, 경험적 자료들이 우리 감성에 주어지려면 반드시 이 시공간의 형식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칸트 철학에서 감성은 그 아래에서 우리에게 대상들이 주어지는 조건을 이루는 선험적 표상들을 함유하는 한에서 초월론 철학에 속한다.” 감성은 기본적으로 감각적이며 경험적이지만 시공간적 직관 형식이라는 선험적 형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공간이란 우리 주관에 속한 것이지만 경험 질료들을 질서 짓는 선험적 원리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칸트의 감성학은 초월적 감성학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감성을 매개로 대상들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고, 감성만이 우리에게 직관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지성에 의해 사고되며 지성으로부터 개념들이 생겨난다.” 지성은 사변이성의 영역에서 대상을 판단하고 법칙을 주재하는 법이자 형식으로 시공간적 직관을 통과한 대상들의 표상을 구성하고 종합한다. 지성의 이 능력은 대상 이전에 우리 이성이 선험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칸트의 초월적 논리학은 일반 논리학과도 구별된다. 즉 일반 논리학이 인식들 상호 간의 관계에서 그 논리적 형식만을 고찰할 뿐 표상의 출처를 구별하지 않는다면, 칸트의 초월적 논리학은 지성과 이성의 영역인 순수사고의 작용들의 범위와 근원, 그리고 그 타당성을 따지는 학문으로, 여기에서는 순수지성적인 영역들을 분석하기에 앞서 순수한 이성 인식과 경험적 인식을 구별한다.

 

* * *

 

   감성과 지성은 외부 대상의 인식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감성이 없으면 대상이 주어질 수 없고, 지성이 없으면 대상에 대한 사고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합리론은 논리적 모순만 없다면 그것의 실존도 보장된다면서 감성을 지성으로 환원했고, 경험론은 감각이 약화되면 관념으로 전환된다고 간주함으로써 지성을 감성으로 환원했다. 그 결과 합리론과 경험론은 독단적이거나 회의주의적인 극단의 두 노선으로 귀결되어 버렸다. 이와 달리 칸트는 인식이 대상에 종속된다는 기존 철학의 구도 자체를 재점검한 후, 경험에 기초하지만 동시에 경험으로부터 독립된 선험적 인식의 가능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칸트 철학과 함께 대상이 인식에 준거한다고 사고하게 되면서,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 실증할 수 없는 영역의 진위에 대한 판별이 가능해졌으며, 경험과 관계없이 어떤 대상에 대해서 선험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요컨대, 칸트 철학은 경험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합리론과, 그리고 지성의 활동으로부터 보편성과 필연성을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경험론과도 구별된다. 그가 증명해 낸 경험적 인식이란 감성을 통해 받아들인 수용성의 측면과 지성이 만들어 낸 자발성의 측면이 서로 결합된 것이다. 특히 그는 감성과 지성의 경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는데, 칸트에 따르면 이 둘은 정도와 강도의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본성 자체가 다르다. 지성이 할 수 있는 일을 감성이 할 수 없고, 감성이 할 수 있는 일을 지성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감성은 표상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아무것도 사고할 수 없고, 반대로 지성은 감성적으로 직관된 대상을 사고할 수 있으나 아무것도 직관할 수 없다. 단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내용(감성)없는 사상들은 공허하고, 개념들(형식, 지성) 없는 직관들은 맹목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독단적인 합리론이 공허하고, 회의주의적인 경험론이 맹목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칸트는 궁극적으로 개념을 감성화하는 일직관을 지성화하는 일은 인식을 위해 우리에게 똑같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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