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고미숙의 신기하고 만만한 서유기] 2. 탄생의 비화1 - 돌원숭이에서 손오공으로! > 스크랩

스크랩

홈 > 자유게시판 > 스크랩

<법보신문> [고미숙의 신기하고 만만한 서유기] 2. 탄생의 비화1 - 돌원숭이에서 손오공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6-26 11:01 조회106회 댓글0건

본문

법보신문  2026-06-19

[고미숙의 신기하고 만만한 서유기] 

2. 탄생의 비화1 - 돌원숭이에서 손오공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구도심’의 출발

화과산 ‘돌알’서 태어난 원숭이, 무생물·생물 경계없음 의미
사백여 년 넘게 살았지만 ‘죽음’ 앞에서 복락의 허무함 절감
수보리조사 스승으로 만나 ‘원숭이왕’서 ‘손오공’으로 도약



1.jpg

일본 국립공문서관(National Archives of Japan) 소장 ‘내각문고본 신전전상서림양민재행 전상서유기(新鐫全像書林楊閩齋行 全像西遊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술을 수보리 조사 앞에서 보이는 장면인 ‘오공시무(悟空試舞)’가 묘사돼 있다.

 


“하늘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고/땅의 기운은 위로 올라간다./하늘과 땅의 기운이 합쳐지면/온갖 사물이 생겨난다.”(‘서유기’1권, 솔)

하늘의 기운은 양, 땅의 기운은 음, 음과 양이 ‘크로스’되면 만물이 생겨난다. 그렇게 열린 세계가 4대륙으로 분화되었는데, 그 가운데 동승신주의 화과산 꼭대기에 신령한 돌이 하나 있었다. 왜 신령한가? 높이는 황도 365도를, 둘레는 24절기를, 모양은 구궁팔괘의 이치를 담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하늘의 참된 기운과 땅의 빼어난 기운, 그리고 해와 달의 정화”를 받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신묘하게 ‘감응’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돌이 쪼개지면서 돌알 하나를 낳았는데, 이 돌이 점점 풍화하여 원숭이의 꼴을 갖추게 되었다. 돌원숭이가 탄생한 것이다.

이 탄생의 비화에 담긴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무생물과 생물 사이의 경계가 없다는 것. 20세기만 해도 이런 설정은 신화적 상징으로 간주되었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양자역학의 시대 아닌가. 하여, 이제는 쫌! 안다. 빛에서 물질이, 물질에서 생명체가 생성된다는 자연의 이치를. 또 하나, 형상의 특이성이다. 돌원숭이는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와 촉감을 느끼는’ 오관을 갖추었음은 물론, 두 팔, 두 다리가 있어 직립보행을 한다. 무슨 뜻인가? 이 생명체가 하늘과 땅 ‘사이’의 존재라는 것. 다시 말해, ‘우러러 하늘의 무늬를 살피고’[관천문(觀天文)], ‘아래로 땅의 이치를 탐색할’[찰지리(察地理)] 수 있다는 뜻이다. 천지의 산물이지만 ‘능동적으로’ 천지와 소통하는 존재가 된 것.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좌가 바로 눈빛이다. “녀석의 눈에서는 두 줄기 금빛이 발산되어 하늘나라의 관청에까지 뚫고 올라가” 옥황상제까지 ‘깜놀’하게 한다. 이 사건은 두 가지 방향에 대한 복선이다. 하나는 하늘 끝까지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야망, 다른 하나는 ‘걸림 없는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열망이다. 야망과 열망 ‘사이’! 그렇다.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한 것이다.

시작은 천진난만했다. 자연과 더불어 ‘세월도 나이도 잊은 채’ 살아가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계곡의 ‘원류’가 궁금해졌다. 호기심이라는 원초적 충동이 솟구친 것이다. 마침내 먼 바다로 통하는 폭포를 발견했고, 그 폭포 안에서 ‘수렴동 복지’를 찾아낸다. 이 공으로 돌원숭이는 왕으로 추대된다. 이제 야생의 시대는 끝났다. 왕의 탄생과 더불어 지배와 서열이 생겨나면서 문명의 ‘가장자리’로 진입한 것이다. 왕노릇하며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누리기를 사오백 년. 잔치를 벌이다 문득 눈물을 흘린다.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슬픔 때문이다. 놀랍다! 사오백 년을 살아도 여전히 죽음이 두렵다는 사실이. 또 삶의 영광이 죽음의 비탄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맞다! 죽음 앞에서 세월과 복락은 여지없이 무화된다.

그때 “등짝이 넓은 원숭이”가 왕에게 말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그 마음이 곧 ‘구도심’의 출발이라고. 그의 조언에 힘입어 왕은 길을 떠난다. 오직 불로장생을 향하여! 뗏목을 타고서 ‘바다를 건너고 대륙의 경계를 넘나들며 만리장성을 두루 떠돌다’ 십여 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서우하주의 경계에서 수보리 조사라는 신선을 만난다. 수보리는 붓다의 10대 제자 중 하나로 ‘금강경’의 주역이다. 그런데 신선이라고? 헌데, 그가 도를 펼치는 곳은 ‘영대방촌산(靈臺方寸山), 즉 풀이하면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다. 이렇듯, ‘서유기’에는 불교와 도교, 신선과 붓다가 ‘교차편집’되는 장면이 수시로 출현한다. 수보리는 그에게 이름을 부여한다. 성은 손(어리고 작다), 이름은 오공(공을 깨닫는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공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뜻. 수보리의 다른 명칭이 ‘해공제일’이니, 그의 제자다운 이름이다. 돌원숭이에서 손오공으로! 위대한 도약의 순간!

수행론적 차원에서 보면, 손오공은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다. 먼저 끈기와 인내력. 수보리 조사를 찾아오기까지 무려 십여 년의 방랑과 고생을 감내한다. 배움은 스승을 찾아가는 여정이 90%에 해당한다는 이치를 환기시켜주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진리에 대한 파토스. 손오공은 도를 들으면 덩실덩실 껑충껑충 춤을 춘다. 배움은 그 자체로 기쁨이다. 따라서 기쁨과 정념이야말로 수행의 원동력이다. 그의 기량을 한눈에 알아본 수보리 조사는 손오공에게 은밀히 비의를 전수한다. 이후 손오공은 72가지 변신술에 십만 팔천 리를 종횡하는 근두운법까지 다 마스터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을 앞에 두고 그의 ‘우쭐하는’ 성정이 발동했다. “평생 성깔을 부려본 적이 없었던” 순진무구한 그에게 아주 강력한 ‘에고’가 작동한 것이다. 도반들 앞에서 소나무로 둔갑하는 ‘생쑈’를 벌이다 수보리 조사에게 딱! 걸린다. 눈물로 호소했지만 그 즉시 추방! 결국 이십 년만에 다시 화과산 수렴동으로 컴백한다.

추방자 신세지만 나름 금의환향이다. 가기 전엔 평범한 원숭이왕이었지만 지금은 ‘압도적 파워’를 가진 슈퍼맨이 되었다. 이전에는 무명이었으나 지금은 손오공이라는 어엿한 성씨가 생겼다. 이제 모든 원숭이들은 손씨의 후손이다. 혈통과 족보의 탄생! 다음 수순은? 변경에서 중심으로! 제국을 향한 질주가 시작되었다.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법보신문 서유기2-작은.png

 

원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양력 2026.8.7 금요일
(음력 2026.6.25)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