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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기고] 홈쇼핑 속에서도 편안히 지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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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5-12-12 15:25 조회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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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2025-11-26

[창이지 장현숙] 

홈쇼핑 속에서도 편안히 지내는 법

 

주역의 가르침, 두 번 멈춤의 지혜

꼭 필요한 건가? 감당할 수 있나?

  

 

처음 홈쇼핑이 생겼을 때다. 드라마나 오락, 뉴스만 나오던 TV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필요한 걸 사려면 마트나 시장까지 가야 했던 시절, TV로 물건을 보고, 전화 한 통으로 주문하는 건 획기적인 일이었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도록 정규 프로 중간중간에 홈쇼핑이 자리했다. 화려한 화면과 진행자들의 현란한 말솜씨, 특히 ‘곧 매진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뭐든 일단 주문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꽃게도 사고, 바지도 사고, 영양제도 사고, 이불도 샀다. 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물건들을 보며 ‘다~ 필요했던 거야’라고 말했지만, 다음 달 카드값을 보면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그렇게 집엔 필요한 듯 필요 없는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만큼 매달 청구되는 카드값도 쌓여갔다. 홈쇼핑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주역>에는 이런 불편한 동거에서 해방되는 법을 알려주는 괘가 있다. 바로 ‘중산간(重山艮,䷳)’이다. 산이 중첩되어 있다는 뜻인데, 주역에서 산은 ‘멈춤’을 의미한다. 그러니 중산간 괘는 ‘멈추고 또 멈추라’는 의미다. 왜 자꾸 멈추라는 걸까? 지금 멈추지 않으면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멈추어 보라는 것. 홈쇼핑을 멈추지 않으니 매달 카드값은 쌓여가고 그만큼 생활에 지장을 줬다.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매달 청구되는 카드값을 갚느라 허리가 휜다. 편안하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멈추어야 하나? 대상전(大象傳)에서는 사출불기위(思出不其位) 하라고 한다. 자신이 처한 위치(位)에서 벗어나지 않는 생각을 하라는 것!


홈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하기 전에 ‘꼭 필요한가?’를 생각하며 한번 멈추어야 했다. ‘하나’가 필요한 상황이면 그 ‘하나’에 마음이 머물 줄 아는 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생각이다. 근데 홈쇼핑은 꼭 1+1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나에겐 필요하지 않더라도, 왠지 사놓으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필요할 거 같은 마음이 든다. 물건들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고, 곧 매진된다고 하니 판단이 흐려진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다. 그럴 때 숨을 깊이 들이쉬며 한번 멈추어야 했다. 다음으로는 설령 필요하더라도 지금 재정 상황으로 ‘감당할 수 있나?’를 생각하며 한 번 더 멈추어야 했다. 카드는 편리하다. 지금 당장 사기엔 큰 금액이라도 12개월 할부라면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된다. 이 또한 지금 자신이 처한 위치를 벗어난 생각이다. 그렇게 하나둘 사다 보면, 카드 명세서엔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물건값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순간순간의 욕망을 멈추지 못하면 인생은 순식간에 과소비의 삶으로 전락한다. 몸은 물론 마음도 편치 않은 삶이다. 누굴 탓할 것 없이 멈출 줄 모르는 내 마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요즘은 홈쇼핑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 등 우리 눈을 사로잡는 채널들이 너무 많다. 눈 깜빡하면 장바구니에 물건이 담기고 클릭 한 번으로 집 앞까지 배달된다. 과소비하기 더 좋은 세상이 되었다. 이럴 때 중산간 괘가 말해주는 ‘두 번 멈춤의 지혜’는 편안한 삶을 만드는 안전핀이 된다. 여기에 더해, 더 간단한 팁도 알려준다. 바로 ‘등에서 멈추라(艮其背)’는 것. 등은 눈과 귀가 없다. 화려한 영상에 자극되지도, 현란한 말에 유혹되지도 않는 곳이다. 자극과 유혹이 없는 곳에 자신을 두라는 것, 즉 지금, 당장! 채널을 돌려버리라는 것이다. 영상과 소리가 끊어지면 욕망도 멈춘다. 이 얼마나 쉽고 명쾌한가.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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