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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기고] 결혼을 유지하는 항(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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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1-10 03:49 조회1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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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2025-12-23

[창이지 전유신] 

결혼을 유지하는 항()

 

 

권태와 갈등이 찾아와 시험해도

서로의 곁을 지키려는 의지 중요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온 힘을 다해 하나의 길을 만들려는 시도다. 때론 미친 짓처럼 보이지만, 때론 기적 같기도 하다.

사랑의 약속은 쉽게 할 수 있어도, 그 약속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한다는 건 어렵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당연하게 요구할 수도 없는 시대에, 함께 늙어간다는 건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주역은 이 흔들리는 관계를 ‘항(恒)’이라 부른다. 고정이 아닌, 끊임없는 유지의 힘이라는 뜻이다. 왜 결혼을 ‘항상(恒)’에 빗댔을까.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평생을 연인처럼 지낸 노부부가 등장한다. 백세에 가까워진 나이에도 서로의 옷을 챙겨주며 눈을 마주하는 모습엔, 젊은 연인보다 더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그들의 삶엔 큰 시련이 있었다. 여섯 명의 아이를 잃는 아픔. 가정의 가장 큰 비극 앞에서 부부는 분노하거나 무너지기보다, 서로를 붙들었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견디며 버텨낸 것이다. 사랑을 지켜낸 건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곁을 놓지 않는 일상의 마음이었다.

<주역>의 뇌풍항(雷風恒·)은 위에는 우레(震·), 아래에는 바람(巽·)이 놓인 형상이다. 우레는 크게 흔들고, 바람은 쉼 없이 흐른다. 둘 다 움직이는 성질을 가진다.

결혼이란 바로 이런 두 힘이 나란히 존재하는 삶이다. 마음은 늘 흔들리고, 환경도 바뀐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한다.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흔들림 속에서 다시 균형을 찾는 일. 뇌풍항의 대상전(大象傳)은 이에 대해 “처음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立不易方)”고 말한다. 약속을 고집하라는 뜻이 아니라,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다.

영화 속 부부는 서로를 잃지 않았다. 처음처럼 귀하게 대했다. 젊었던 시절 서로를 바라보며 품었던 마음을, 늙어서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결혼에는 ‘항(恒)’이 있었다.

이 恒은 멈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유지하는 힘이다. 바람이 머물고 우레가 흔들어도, 두 사람은 여전히 함께였다. 누군가의 굳은 결심이 아니라,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이어준 것이다.

결혼 생활은 때때로 권태와 갈등이 찾아오며 마음을 시험한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올수록 서로의 곁을 지키려는 의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항(恒)의 마음이다. 오늘의 불편함보다 내일의 함께를 더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부부가 서로를 향해 매일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 그 반복이 기적을 만든다.

그래서 결혼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매일 새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다. 흔들릴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멀어질수록 다시 가까워지려는 노력. 그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사랑이다. 결혼은 미친 짓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미친 짓이 아름답게 이어질 수 있다면, 거기엔 반드시 恒이 있다.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 상대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일. 그 꾸준함이 결혼을 ‘미(美)친’ 관계로 바꾼다.

흔들리기에 붙들고, 위험하기에 지켜내는 것. 결혼을 지속시키는 가장 놀라운 힘은 결국, 서로를 여전히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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