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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기고] 소년에서 아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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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1-21 09:50 조회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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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2026-01-20

[창이지 남예주] 

소년에서 아버지로

 

 

놀기 좋아한 동생 결혼에 걱정

'자강불식' 가장의 모습 보여줘

 

육남매, 언제 적 드라마 제목이 아니라 우리 집 이야기다. 꼭 아들을 낳고 싶었던 엄마는 어쩐 일인지 내리 딸만 낳았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고 낳은 여섯째가 드디어 아들이었다. 우리 집의 장남이자 막내인 남동생은 나와는 딱 10년 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남동생을 업어 키운 애틋한 정이 있다. 그런 남동생이 자라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아버지가 되었다. 어리기만 했던 소년이 커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 지나 가을 겨울이 오는 변화와 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동생이 항상 어린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것일까, 아버지가 된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처럼 신기했다.

주역에는 아버지를 상징하는 괘가 있다. 64개의 괘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중천건(重天乾, ䷀)’이다. 괘사 ‘원형이정(元亨利貞)’은 만물이 생겨나서 자라고 열매 맺고 갈무리되어 다음을 계획하는 자연의 이치를 말한다. 이 자연스러움을 묵묵히 지속하는 ‘강건함’이 건의 원형이정에 담겨있다. 이는 태어나 자라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늙어가는 사람의 일생과도 같은 섭리이다.

세상만사는 이처럼 딱딱 때맞춰 움직이는 거 같아 보이는데 때맞춰 결혼하지 않는 나 때문에 부모님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동생이 결혼을 발표했다. 부모님보다 내가 더 기쁘고, 감사했다. 그래, 집안에 하나뿐인 아들이라도 얼른 결혼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내 닮은 예쁜 딸을 낳았다. 경사였지만 살짝 걱정되었다. 남동생은 학생 때 공부보다는 뛰어노는데 더 열심이었고(늦게까지 놀고 집에 들어왔을 때 뭐 하고 놀았냐고 물으면 ‘뛰어’ 놀았다고 대답해서 웃게 만들곤 했다), 청년이 되어서도 가족들과는 얼굴 보기도 힘든 아이였다. 바깥 생활에 재미를 붙이고 살다 보니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랬던 남동생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았으니 어떻게 키울까, 아버지의 무게를 견딜 굳건함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염려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 남동생은 우리에게는 어린 소년이었지만 자신의 딸에게는 강인한 아버지였다. 마치 꼭 맞는 자리를 찾은 거처럼 딸을 낳아 기르는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매일매일 묵묵히 생활 전선에 머물렀다.

중천건괘의 대상전(大象傳)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행하는 굳건한 하늘의 상을 보고, 스스로 강해지고 멈추지 않는 게 군자의 도리라고 했다(象曰, 天行, 健, 君子以, 自彊不息). ‘자강불식’은 스스로 선택한 자리에서 쉬지 않는 하늘의 모습이다. 놀기 좋아하던 소년은 아버지가 되었고 강해져야 했다. 남동생은 매일 매일의 일을 힘들다고 피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강건함을 보여주었다. 재미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고된 하루를 반복하는 일은 가장으로서 당연하면서도 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이 선택한 아버지의 길이니, 가족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다. 억지가 아니라 스스로 행할 때 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이것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해가 뜨는 하늘의 운행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밝게 열린 하늘처럼, 소년이었던 굳센 아버지들은 자신의 또 다른 소년을 지키기 위해 응당히 출근길에 올랐을 것이다.

/남예주(인문고전공간 창이지)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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