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고미숙의 붓다칼럼 숫타니파타] 14. 마하망갈라 - ‘더없는 행운’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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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5-09-27 09:52 조회161회 댓글0건본문
[고미숙의 붓다칼럼 숫타니파타]
14. 마하망갈라 - ‘더없는 행운’이란 무엇인가?
'한 방'과 '대박' 아닌 평온한 일상이 진짜 행운
붓다가 가르친 진정한 행운은 현명한 친구˙가족˙부양˙평온함
'비범한 도약'에 대한 과대평가는 오만˙편견에 빠졌다는 반증
우매한 자 멀리하고 번뇌 없는 평온, 그것이 진리로의 도약

행운은 돌연한 사건이 아니라 가족과 벗, 배움과 수행이 어우러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라난다.[AI형성 이미지]
우리는 늘 행운을 바라고, 불운을 피하고자 한다. 나아가 어떻게든 행운은 미리 붙잡으려 하고, 불운은 오기도 전에 막으려 애쓴다. 기술문명의 절정을 구가하는 21세기에도 온갖 미신과 술수가 번성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리고 이 방면엔 세대나 계층, 지위의 구별이 무색하다. 누구든, 어떤 처지에 있든, 사람들은 저 어딘가에 있을 행운을 잡으려 몸부림친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다. 대체 행운이란 무엇일까?
행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동시다발적으로 따라오는 단어들이 있다. 로또, 한방, 대박! 하나같이 몇 단계를 건너뛰고 단번에 도약하는 사건들이다. 그 정도까진 아닐지라도 부동산이나 주식이 급등하거나 첫눈에 반하는 짝을 만나거나 아니면 아이의 성적이 갑자기 오르거나 등등. 그럴 때 우리는 행운이 넝쿨째 굴러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진짜 행운일까? 일단 거기에는 나의 노력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또 하나, 질량불변의 법칙상 내가 얻으면 누군간 잃게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몫을 가로챈 셈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불화의 파동은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극단적인 예가 ‘로또 1등의 저주’ 같은 것이다. 돈벼락이 과소비와 방탕,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게 아니어도 행운이라 여겼던 사건들이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결국 행운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 셈인데, 그렇다면 진짜 행운이란 무엇일까? 신들도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
싸왓티의 제따와나 사원, 밤이 되자 천신이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숲을 훤히 밝히면서 붓다를 찾아와 묻는다.
‘많은 신과 인간들은/ 행복을 원하면서/ 행운을 바랍니다/ 더없는 행운을 알려주세요.’(이중표 역주, ‘숫따니빠따’) 좀 뜬금없다. 천신이라면 지복을 누리는 자들 아닌가? 그런데 왜 여전히 인간처럼 ‘행운타령’이지? 그들이 누리는 지복은 행운이 아니라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들이 누리는 지복이 주로 ‘황홀경’에 해당한다면 인간의 관점에서 봐도 꽤나 지루할 거 같다. 그러니까 그들 역시 그런 열락을 누리면서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더 놀라운 건 그들 또한 ‘더 없는 행운’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 그렇다. 그건 지혜와 통찰의 영역이라 치열한 수행과 정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해서 붓다를 찾아온 것이다. 붓다는 마하망갈라, 즉 지복으로 이어지는 진짜 행운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우매한 자 멀리하고/ 현명한 자와 교류하는 것 △많이 배우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 △부모님을 모시고 처자식을 부양하는 것 △못된 악행 자제하고/ 음주를 절제하고/ 가르침에 열중하는 것 △겸손과 만족을 알고/ 은혜를 잊지 않고/ 수시로 가르침을 듣는 것 △세간법에 접촉해도/ 동요하지 않고/ 근심 없이 번뇌 없이 평온한 것,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이와 같은 것들을 실천하면/ 어떤 일을 해도 실패하지 않으며/ 어디에서나 행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이 더없는 행운이다.”
이럴 수가! 신들도 누리지 못한 ‘마하망갈라’가 고작 이런 것이라고?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오만과 편견’에 빠진 것이다. 저런 일상이 가능하려면 매일의 긴장과 수행, 천지만물의 조력이 필요한데 그걸 아주 ‘시시하게’ 여기는 오만, 그리고 행운이란 평탄한 일상을 ‘찢어버리고’ 비범하게 도약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편견 말이다.
물론 붓다가 설한 이 내용들은 우리도 익히 아는 것들이다. 슬기로운 친구를 벗하고, 가족들을 잘 부양하고. 만족할 줄 알고 번뇌 없이 평온한 것 등등. 여기에는 어떤 돌연한 비약이나 일탈이 없다. 그렇다. 붓다는 이 지극한 ‘평범함’이 ‘더없는 행운’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인류는 이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었다. 생산력도 낮았고 자연재해나 역병, 전쟁도 잦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구촌에는 그런 고통에 노출된 지역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곳에 사는 이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행운은 무엇일까? 바로 평범한일상이다. 내란 6개월 동안 우리들의 한결같은 바람 역시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꼭 환기해야 할 사항 하나. 그런 일상 속에서만이 진리를 향한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 즉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수시로 가르침을 듣게’ 되면, 결국 “고행과 청정한 수행으로/ 거룩한 진리를 보고/ 열반을 증득”하는 길로 이어진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행운이자 ‘도약’이 아니겠는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하늘은 가을 기운으로 충만하다. 그리고 곧 한가위가 다가온다. 이번 한가위에도 보름달을 보며 다들 저마다의 행운을 기원할 것이다. 부디 그 행운이 대박이나 한방 같은 ‘돌연한 사건’이 아니라, 붓다의 ‘마하망갈라’였으면 참 좋겠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진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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