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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고미숙의 신기하고 만만한 서유기] 1. 두 개의 길, 하나의 지도 - ‘서유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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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6-19 15:59 조회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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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2026-06-08

[고미숙의 신기하고 만만한 서유기] 

1. 두 개의 길, 하나의 지도 - ‘서유기’의 탄생

 

 

세상 제일 웃기고 가장 심오한 '구법의 로드맵'

붓다의 다르마 중원에 전한 진흙속 연꽃 구마라집의 전법
대승 요체 구하러 인도로 떠난 현장 스님 19년 간의 구법
두 길이 만들어 낸 역동적 불멸의 텍스트가 바로 '서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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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 후기에 제작된 ‘서유기’ 육필 연화. 손오공과 요괴 홍해아의 대결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져 있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여기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서에서 동으로, 다른 하나는 동에서 서로! 전자는 구마라집이, 후자는 현장 법사가 연 길이다. 4세기 초 중원은 5호 16국의 시대, 한나라가 몰락한 이후 천하가 사분오열되면서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당시 장안을 정복한 왕조는 전진(前秦), 군주는 부견. 부견은 천하통일에 대한 야망과 불교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품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구마라집에 대한 명성이 들려왔다.

구마라집, 그는 누구인가? 그가 태어난 곳은 쿠차왕국.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소왕국이었다. 그럼에도 쿠차는 ‘중원의 이성과 천축의 해탈, 흉노의 유목이 교차하는’, 말하자면 문명의 플랫폼이었다. 아버지는 인도에서 온 승려, 어머니는 쿠차의 아름다운 공주. 두 사람의 ‘예기치 않은’ 결연으로 라집이 태어났다. 유년기부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를 유행하면서 붓다의 가르침을 섭렵해갔다. 아비달마에서 대승의 중관까지! 그 사이에 그의 명성은 실크로드의 대상들을 따라 중원까지 울려 퍼진다. 비구니가 된 어머니는 인도로 떠나면서 성인이 된 아들에게 말한다. 대승경전을 중원에 전파할 사명이 너에게 주어졌노라고. 아들은 응답한다. 그 다르마를 구현하는데 오롯이 생을 바치겠노라고.

전진의 군주 부견은 외교사절을 보내 라집을 초청했지만 쿠차왕국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구마라집이야말로 쿠차의 최고 보물’이었으므로. 부견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택한 최후의 방법은? 전쟁! 붓다의 다르마를 수입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는 기막힌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부견은 장군 여광에게 7만의 군사를 내리면서 명령한다. “쿠차를 정복하면 구마라집을 바로 장안으로 보내라!”(‘구마라집 평전’) 여광의 군대는 쿠차를 단숨에 제압했고, 라집은 인질이 되어 장안으로 향한다. 허나, 라집이 장안에 오기까지는 무려 17년. 불가마보다 뜨거운 번뇌, 사막의 밤보다 더 지독한 고독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붓다의 다르마를 뼈와 살에 새기고 중국의 언어와 사상, 그 심연까지 탐색할 수 있는 최고의 수행처였다.

그 사이에 장안에선 전진이 멸망하고 이어서 후진(後秦) 왕조가 들어섰다. 후진의 왕 요흥 역시 불교에 심취한 군주였다. 양주에 억류되어 있던 라집을 데려오기 위해 그가 취한 방법 역시 전쟁! 결국 한 사람이 오기까지, 아니 붓다의 다르마가 중원에 전파되기까지 두 번의 전쟁을 치러야 했던 것.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아수라장에서 다르마가 구현된다는 것이 이런 뜻이었던가. 마침내 환갑이 다 되어서야 라집은 장안에 도착했고, 이후 10여 년간 대승의 핵심경전들을 중원에 전파한다. 1000명이 넘는 승려들 앞에서 역경과 강경을 동시에 시전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펼쳐졌다. 그때 탄생한 불멸의 게송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다시 시간이 흘러 7세기, 한 청년구법승이 길에 오른다. 이번엔 장안에서 천축으로 가는, 라집과는 정반대의 경로다. 그의 이름은 진현장. 목적은 단 하나. 중관 이후 대승의 요체를 이루는 ‘유가사지론’(유식)을 제대로 깨우치고 싶다는 것. 당시는 당 태종 초기. 정치적 경색으로 국경이 봉쇄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청년의 마음을 꺾을 수는 없었다. 난민들의 무리에 섞여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다. 이후 국경수비대의 추격을 피하고, ‘간 사람은 있어도 돌아온 사람은 없다’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통과하고, 만년설의 얼음계곡을 건너고, 수십 명의 마적 떼를 마주치고, 한마디로 산전수전 끝에 마침내 불교의 성지 나란다대학에 도착한다. 장안을 떠나 인도에서 보낸 시간이 장장 19년. 다시 귀환하여 경전 번역에 올인한 시간 역시 19년. 그렇게 하여 다시 대승의 다르마가 중원에 뿌리를 내린다.       

구마라집 vs 현장법사. 비록 길은 서로 엇갈렸지만, 그 두 개의 길은 하나의 지도로 수렴된다. 그것은 파미르 고원에 의해 단절되었던 인도문명과 중화문명의 찬란한 교류, 즉 붓다의 다르마가 노장의 무위자연과 한판승부를 벌이는 역동적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지도가 낳은 불멸의 텍스트가 바로 ‘서유기’다!

가장 강력한 촉발제는 현장의 ‘대당서역기’. 거기에 더해 라집과 현장이 겪은 수난들, 그들이 거쳐간 ‘이상한’ 나라들, 다르마가 야기한 경이로운 사건들, 그 모든 것이 설화, 민담, 연극 등의 장르를 통해 사방팔방 퍼져나갔다. 그 어마어마한 스토리들이 명나라 때 오승은이라는 작가에 의해 하나의 결정판으로 등장했으니, 그것이 우리가 아는 그 ‘서유기’다. 라집과 현장 이후 무려 천여 년이 지난 후였다. 와우~ 이야기의 힘은 이토록 위대하다! 이것이 세상에서 제일 웃기고 가장 심오한 ‘구법의 로드맵’인 ‘서유기’의 탄생 서사다.

이 로드맵이 지닌 최고의 미덕은 우리 수준에 딱! 맞는다는데 있다. 구마라집과 현장법사는 초지일관 비범하다. 그에 반해 ‘서유기’의 인물들은 쫌! 만만하다. 우리는 손오공보다는 순하고, 저팔계보다는 덜 치사하고, 사오정보다는 유능한 편이다. 삼장법사가 있지 않느냐고? 다행히 세상 ‘찌질’하다. 하여 ‘서유기’를 읽으면 누구든 담대해진다. 저들도 간다면 우리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보기로 한다! 거리는 10만 8000리, 시간은 총 14년!

고미숙 bearheart0@naver.com


출처 : 법보신문(https://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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