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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신문> 함백에 펼쳐진 사흘간의 공부판…과학·역사·고전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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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6-08-28 10:47 조회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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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신문  2026-08-26

함백에 펼쳐진 사흘간의 공부판…과학·역사·고전을 잇다

 

 

| 첫 ‘산장아카데미 함백여름캠프’에 20대부터 70대까지 107명 참여

 

아인슈타인·단종과 세조부터 영어 주역·간디까지 경계 없는 배움
함백 출신 고미숙 고전평론가 “지역과 서울 넘나드는 공부 플랫폼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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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역사, 영어와 주역, 고전과 놀이가 한데 어우러진 인문학 공부판이 정선군 신동읍 함백에 펼쳐졌다.
‘산장아카데미 함백여름캠프(사진)’가 지난 8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신동생활문화센터와 함백산장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 마련된 캠프에는 강사 5명과 운영진 6명, 참가회원 96명 등 모두 107명이 함께했다. 하루 참가자는 6일 66명, 7일 57명, 8일 83명으로, 사흘간 연인원은 206명에 달했다.

참가자의 연령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으며, 50대가 가장 많았다. 여성 참가자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고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함백을 찾았다.
참가비는 하루 4만 원, 이틀 8만 원, 사흘 10만 원으로 점심만 제공됐다. 

숙박은 함백산장과 강사 숙소를 하루 5천 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공간이 부족해 일부 참가자는 예미MTB호스텔에 머물렀다. 
교통비와 숙박비는 물론 아침과 저녁 식사비까지 각자 부담해야 했지만, 전국에서 1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여 인문학 공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캠프 첫날인 6일은 ‘운명캠프’로 문을 열었다.
오전에는 근영 강사가 ‘우주의 운명-세상을 바꾼 공식, 아인슈타인의 E=mc²’를 주제로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풀어냈다. 강의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조별로 둘러앉아 과학의 원리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보는 ‘과학 수다’를 이어갔다.

오후에는 정기재 강사의 ‘조선의 운명-단종과 세조, 운명의 비밀을 파헤치자’ 강의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과 왕권을 장악한 세조의 성장 환경과 정치적 선택을 입체적으로 살펴본 뒤 조별 토론을 벌였다.

박보경 산장아카데미 매니저는 “처음에는 양자역학을 중심으로 청소년도 함께할 수 있는 과학캠프를 준비했다”며 “최근 영월의 단종 관련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단종과 세조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강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7일에는 영어와 동양고전, 인도의 사상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영어캠프’가 열렸다.
오전에는 줄자 강사가 ‘영어로 읽는 빌헬름 주역-끌림의 법칙, 택산함(Influence)’을 강연했다. 참가자들은 영어로 《주역》을 읽으며 택산함 괘에 담긴 감응과 관계의 의미를 탐구했다.

점심시간에는 단곡계곡에 발을 담근 채 주역의 괘를 암송했다. 강의실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몸과 목소리로 고전을 익히는 산장아카데미 특유의 공부 방식에 참가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박소연 강사가 ‘영어로 읽는 간디 한 장면-브라마차르야의 탄생’을 주제로 강의했다. 참가자들은 조별로 간디의 주요 문장을 영어로 암송하며 그의 삶과 사상을 되새겼다.

박 매니저는 “감이당에서 영어로 간디를 공부하고 있다”며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고전이라도 함께 부딪치며 배워보자는 취지에서 영어로 읽는 주역과 간디 강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강의와 장터, 상담, 놀이가 어우러진 ‘인문학캠프’가 펼쳐졌다.
책과 옻칠 제품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는 ‘보물섬 장터’가 열렸고, 사주와 혈자리, 주역, 타로카드 등을 활용한 ‘운명상담소’도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함께 제기를 차며 어린 시절의 놀이를 즐겼다.
어린이 공연에서는 수빈이의 시 낭송과 겸제의 ‘태권주역’이 무대에 올랐다. 이어 함백 출신 고미숙 고전평론가가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를 주제로 북토크를 열고 참가자들과 삶과 공부, 지역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 평론가는 “누구나 생활 속에서 인문학과 고전을 만나 삶의 가치를 스스로 키워갈 수 있다”며 “서울의 최고 엘리트나 지방에서 농사짓는 사람이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자기 삶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갖느냐가 인문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함백에서 캠프를 연 이유에 대해서는 지역과 서울을 나누는 경계부터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과 지역 가운데 어디가 더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경계를 없애고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모으는 것보다 함백에 꾸준한 공부의 장이 만들어지고, 이곳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장아카데미의 출발점은 신동읍 조동삼거리에 자리한 ‘함백산장’이다. 고미숙 평론가의 부모가 생활하던 집으로, 가족들은 부모의 손때가 밴 공간을 보존하면서 어린이 낭송방과 계절 공부방으로 활용해 왔다.
이후 감이당의 삼경스쿨팀이 지역주민과 함께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공부 과목도 다양해지면서 2024년부터 ‘산장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사람이 늘면서 공부 공간도 넓어졌다. 이유신 씨가 천주교 원주교구로부터 임차해 ‘면과 면’이라는 전시·학습 공간으로 운영하는 천주교 예미공소와 신동생활문화센터가 새로운 공부방이 됐다.
이번 캠프에는 감이당을 중심으로 사이재와 남산강학원, 글공방 나루, 곰숲 등 다섯 공부공동체가 참여해 강의와 프로그램을 함께 꾸렸다.

산장아카데미는 오는 10월 둘째 주부터 다시 정규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강좌와 일정은 감이당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한다.
첫 함백여름캠프는 지역을 단순히 외지 행사가 열리는 장소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함백에 머물며 과학과 역사, 영어와 고전을 함께 공부하고 밥을 나누며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부모가 살던 작은 집에서 시작된 공부방이 예미공소와 생활문화센터로 뻗어 나가면서, 함백은 사람과 지식, 지역과 도시를 잇는 인문학 공부의 플랫폼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광호 기자egh71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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