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국 거점 국립대 가운데 6곳이 학교폭력 가해 기록이 있는 지원자45명을 불합격 처리했다. 경북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 8명, 강원대 5명, 전북대5명,경상국립대 3명, 서울대 2명 순이었다. (전남대 등 4개 대학은 기록을 반영하지 않음) 2025학년도대학 입시부터는 모든 대학이 학교폭력 기록을 평가에 반드시 반영해야 하고, 이에 따라 가해 기록이 있는 지원자의 불합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대입에 기록을 반영하는정책의 목표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책임 있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과연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입 불이익’이라는 강력한 기제가 오히려 가해자가 반성보다 소송을, 사죄보다 기록 삭제를 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교육청 행정심판과 법원 행정소송 절차에 따른 기록 삭제가 가능함)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오직 가해자의 ‘점수 깎기’에만 매몰되는 것은 아닐까? 교실이 사과와 용서가 오가는 배움터가 아니라, 증거와 변론이 오가는 미니 법정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현실의 피해자는 분노하고 저주하며 가해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상상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인간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여기서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가해자에 대한 응징만으로 피해자의 진정한 일상 회복이 가능한가이다. 최근 드라마 ‘모범택시’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피해자를 위해, 혹은 피해보상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건에 대해 사적 복수를 대행하는 내용이다. 이는 현실 법체계의 무능에 냉소하는 대중에게 통쾌한 복수라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학교폭력 또한 현실에서 강력한 징계를 내림으로써 우리 사회는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복수가 완결된 드라마에서 피해자는 그 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오히려 법에 대한 혐오와 무능함에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해자를 무대 밖으로 쫓아내는 것만으로 피해자의 무너진 세계는 저절로 복구되지 않는다.